[이운영씨 주장]"금융인 양심 지키려다 핍박받아"

  • 입력 2000년 9월 1일 07시 04분


박씨 형제의 대출보증 청탁사건이 불거진 뒤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신용보증기금의 이운영 전 영동지점장은 31일 가족의 설득에 따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동안 전국을 떠돌며 은밀하게 연락을 취해 왔다”는 이씨 가족들의 말대로 이씨는 검은 바지와 남루한 티셔츠에 검은 모자를 눌러쓴 초췌한 모습이었다.

기자회견에 들어가기 전 ‘왜 법과 규정을 지키는 것이 잘못입니까?’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입을 연 이씨는 “나는 금융인으로서 양심을 지키려다 이러한 핍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당초 양심선언문을 읽고 기자들과 일문일답도 하려 했으나 박지원 당시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박씨 형제의 대출보증 청탁과정에 개입했다는 발언 등 몇 마디만을 추가한 채 20여명의 취재진을 황급히 따돌리고 미리 준비한 차량에 올라탔다.

이씨 가족은 “모든 것을 언론에 밝히기 전까지는 검찰에 잡혀선 안되기 때문에 오늘은 충분히 말할 수 없었다”며 “기자회견장에 뒤늦게 도착한 일부 취재진이 양심선언문을 재차 읽어달라는 통에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 가족측은 “박지원 당시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전화했을 때 어떻게 박수석인 줄 알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씨가 TV 등을 통해 들은 목소리로 박수석인 줄 알았다고 했다”고 말해 앞으로 ‘전화를 건 인물’이 정확하게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과제로 남게 됐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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