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전국을 떠돌며 은밀하게 연락을 취해 왔다”는 이씨 가족들의 말대로 이씨는 검은 바지와 남루한 티셔츠에 검은 모자를 눌러쓴 초췌한 모습이었다.
기자회견에 들어가기 전 ‘왜 법과 규정을 지키는 것이 잘못입니까?’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입을 연 이씨는 “나는 금융인으로서 양심을 지키려다 이러한 핍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당초 양심선언문을 읽고 기자들과 일문일답도 하려 했으나 박지원 당시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박씨 형제의 대출보증 청탁과정에 개입했다는 발언 등 몇 마디만을 추가한 채 20여명의 취재진을 황급히 따돌리고 미리 준비한 차량에 올라탔다.
이씨 가족은 “모든 것을 언론에 밝히기 전까지는 검찰에 잡혀선 안되기 때문에 오늘은 충분히 말할 수 없었다”며 “기자회견장에 뒤늦게 도착한 일부 취재진이 양심선언문을 재차 읽어달라는 통에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 가족측은 “박지원 당시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전화했을 때 어떻게 박수석인 줄 알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씨가 TV 등을 통해 들은 목소리로 박수석인 줄 알았다고 했다”고 말해 앞으로 ‘전화를 건 인물’이 정확하게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과제로 남게 됐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