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룡씨 총 290억 사용"…검찰 사용처 집중수사

  • 입력 2000년 8월 31일 18시 32분


한빛은행 거액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대출 과정에서의 외압 여부와 대출금 사용처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으나 뚜렷한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

▼외압여부▼

서울지검 조사부(곽무근·郭茂根부장검사)는 31일 건축자재 수입업체인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47·구속)씨의 동생 현룡(賢龍·40·전 대통령 공보수석실 행정관)씨를 이틀째 소환, 외압이나 청탁 여부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한빛은행 전 관악지점장 신창섭씨(48·구속)로부터 “현룡씨가 지난해 6월 ‘청와대 국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3000만원을 대출받은 뒤 아크월드 대출건과 관련해 ‘형의 사업인데 잘 봐달라’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혜룡씨는 2월 불법 대출이 시작되기 전 이미 이 지점에 150억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검찰은 또 현룡씨가 지난해 3월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씨를 만나 아크월드에 15억원의 대출 보증을 강요했는지 여부도 조사했다.

검찰은 조만간 이씨를 소환해 현룡씨와 대질 신문한 뒤 대출 보증을 강요한 혐의가 확인될 경우 현룡씨를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당시 현룡씨의 요구를 거부한 이씨가 경찰청 조사과(사직동팀)의 조사를 받은 것과 관련, 현룡씨가 이에 개입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지금까지는 현룡씨가 불법 대출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더 수사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한빛銀 관악지점은 박혜룡씨 私금고?

▼대출금 사용처▼

검찰은 이날 현룡씨가 부사장으로 있는 벤처 캐피털사인 P사의 대주주 유모씨 등 2명을 불러 회사 설립과 운영 과정에 혜룡씨가 불법 대출받은 돈이 흘러들어갔는지를 조사했으나 그런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체 불법 대출액 463억원중 298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로 에스이테크 대표 민백홍씨에 대해 1일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민씨는 대출 사례금조로 신전지점장에게 2100만원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혜룡씨가 민씨의 대출금중 100억원을, 부동산개발업체인 R사 대표 이모씨의 대출금 60억원을 넘겨받아 총 290억원을 쓴 것으로 보고 이 돈의 사용처를 확인중이다.

한편 검찰은 신전지점장이 불법대출 사례금으로 10억원대를 받은 혐의를 잡고 정확한 액수와 사용처를 밝히기 위해 그의 부동산 거래와 재산 내용 등을 조사중이다. 검찰은 “한빛은행으로부터 신전지점장의 개인 비리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