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그룹 박건배씨 소환조사…연수원 매각과정 19억 횡령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35분


서울지검 특수1부(이승구·李承玖부장검사)는 30일 그룹 연수원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19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해태그룹 박건배(朴健培·사진)전회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또 검찰은 해태그룹에 이어 동아건설의 전경영진과 대우그룹 임직원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다.

▼해태그룹▼

검찰에 따르면 박 전회장은 그룹이 부도난 뒤 구조조정본부장으로 일하던 97년 12월 경기 광주에 있는 해태연수원을 현대그룹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건물 값을 170억원, 가구류 값을 20억원으로 책정하고 가구류 값 중 19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다.

검찰은 박 전회장이 가구류 값을 빼돌리기 위해 가구 납품업체인 H사 사장 한모씨(55)와 짜고 실제 1억여원에 불과한 가구류 가격을 20배 이상 부풀리는 등 장부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돈은 지금까지 회사 계좌로 들어오지 않았으며 박씨를 상대로 이 돈을 어떻게 은닉했는지, 어디에 사용하려 했는지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박 전회장이 몇개의 위장계열사를 설립해 회사 돈을 빼돌리거나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검찰은 박 전회장의 혐의가 확인될 경우 이르면 31일 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박 전회장을 출국금지시키고 본인과 가족 명의의 예금계좌에 대해 자금추적작업도 벌이고 있다.

또 H사 사장 한씨가 박 전회장과 현대측과의 연수원 매각협상을 중간에서 조정하고 비자금을 전달하는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검찰은 박 전회장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연수원 매각계약을 했던 박인배(朴仁培)전 해태건설사장을 박 전회장 조사에 앞서 29일밤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그러나 박 전사장의 경우 형식적으로 계약서에 서명했을 뿐 배임에 가담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건설·대우그룹▼

한편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4·13 총선 당시 100여명의 후보자들에게 10억여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동아건설의 고병우(高炳佑)전회장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올 6월 고 전회장과 당시 동아건설 이창복(李彰馥)사장, 유영철(劉永哲)고문, 대한통운 곽영욱(郭泳旭)사장 등 4명을 출국금지시켰다.

또 대우그룹의 분식회계 혐의를 조사해온 금융감독원은 29일 김우중(金宇中)전회장 등 임직원 20명에 대해 법무부를 통해 출국금지시켰다. 금감원은 31일 대우그룹에 대한 특검결과를 발표하고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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