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거액 불법대출]박지원장관 친척사칭 가능성

  • 입력 2000년 8월 25일 17시 31분


한빛은행 거액 편법대출사건에 대한 수사는 매우 신속하게 진행됐다. 한빛은행이 편법대출을 실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관악지점장 신창섭씨(48)와 대리 김영민씨(35)를 서울지검에 고발한 것은 22일.

사건은 각종 고소고발사건을 맡아서 하는 서울지검 조사부에 배당됐다. 일반적으로 고소고발사건은 수사착수에 다소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신씨와 김씨는 22일 오후 바로 소환됐고 이틀동안의 철야 수사 끝에 24일 오후 늦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사건은 한빛은행 관악지점으로부터 수백억대의 편법대출을 받은 A사 대표 박모씨가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 장관의 조카 라고 주장하고 다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액대출에 박장관의 작용'이 있었는지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신씨가 편법 대출과정에 외부에서 압력을 받은 적은 없으나 다만 '박씨가 박장관의 조카라고 말하는 것은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대출을 받은 박씨가 박장관과 '지연(地緣)'이 있다는 점을 이용해 친척관계를 사칭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검찰은 우선 사건을 특수부가 아닌 조사부가 수사한 데다가 검찰 지휘라인에 대한 보고도 이 사실이 알려진 25일에야 이루어지는 등 특별한 조치를 취한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또 고발자인 한빛은행측도 "두 사람의 독단적인 행위"라고 말하고 있고 신씨 역시 "이미 빌려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출을 했다"는 해명을 하고 있다.

당사자인 박장관도 이날 "문제된 사람은 굳이 촌수를 따지자면 35촌쯤 되는 먼 친척이지만 평소 연락이나 교류가 전혀 없었다"면서 "은행대출과 관련해서도 부탁을 받거나 청탁을 한 적이 결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향인 전남 진도에는 밀양박씨가 전체인구의 40%나 되며 문중인사 중에서 나를 팔고 다닌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면서 "이번에도 나와 가까운 친척인 것처럼 행세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검찰이 철저히 수사하면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는 이번 사건 역시 권력 핵심부와의 친분관계를 이용한 일종의 해프닝성 사건으로 끝나게 될 공산도 없지않다.

한편 검찰은 조만간 박씨를 소환해 박장관과의 친척관계를 사칭했는지 여부와 지점장 등에게 금품을 주었는지 여부, 대출받은 돈의 사용처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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