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버스참사]사고구간 한달전 미끄럼방지시설 없애

  • 입력 2000년 7월 16일 18시 39분


수학여행 버스 연쇄추돌 사고가 발생한 경부고속도로 사고지점 전방에 설치돼 있던 과속방지용 미끄럼방지시설(요철 포장구간)이 한국도로공사측에 의해 6월초 제거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 미끄럼방지시설만 그대로 설치돼 있었다면 이번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난 추풍령고개 서울기점 214∼218.5㎞ 구간은 경사도가 심한 내리막길인데다 S자 형태여서 운전자들 사이에선 ‘죽음의 코스’로 불리는 곳. 그런데도 한국도로공사측은 6월초 사고 발생지점(서울기점 215.5㎞) 부근의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1㎞ 구간에 대해 아스팔트 덧씌우기 보수공사를 하면서 미끄럼방지시설을 없앴다.

이에 대해 교통전문가들은 “급커브 구간의 고속도로에서 미끄럼방지 요철포장을 없앨 경우 코너링 과정에서 과속으로 인한 중앙분리대 충돌 등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며 “이번 사고도 미끄럼방지용 포장구간이 있었다면 사고 차량들이 미리 속도를 줄여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도로공사측은 “덧씌우기 공사를 한 구간은 사고발생 지점에서 추풍령휴게소쪽으로 260m 위쪽에 있어 이번 사고와는 직접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공사측은 또 “운전자들이 미끄럼방지시설이 설치된 도로를 지날 때 차체의 떨림이 심하다는 민원을 제기해 이번에 미끄럼방지 시설을 없앴으며 대신 이 구간에 과속방지용 무인단속카메라를 설치해 줄 것을 경찰에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문제의 구간에 미끄럼방지시설을 제거한 뒤 교통사고가 크게 늘어 6월말 도로공사측에 미끄럼방지시설의 재설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또 “도로공사측으로부터 ‘고정식 무인단속카메라’ 설치요청을 받았으나 예산확보에 시간이 걸려 8일부터 고속도로 순찰대원들이 휴대용 속도측정기를 갖고 사고구간에서 단속활동을 펴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 당일 현장에서는 휴대용 속도측정기 단속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천〓정용균기자>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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