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금융개혁]2단계 구조조정 급류탄다

  • 입력 2000년 7월 12일 00시 14분


금융변혁의 막이 올랐다. 정부와 금융노조간에 대타협이 이뤄짐에 따라 금융구조조정의 골격이 짜여진 것이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차근차근 실천에 옮겨 금융경쟁력을 세계수준에 올려놓는 일이다.

우선 2단계 금융구조조정의 커다란 걸림돌이 사라졌다. 정부와 노조 양측이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을 예정대로 연내에 추진키로 합의함에 따라 구조조정이 급류를 타게 됐다. 예금보장한도를 내년부터 축소키로 결정한 것도 금융변혁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금융연구원 최흥식(崔興植)부원장은 “노조가 금융지주회사법을 수용한 것은 ‘경쟁력강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대원칙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자율적인 합병과 인원감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또 한차례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지주회사 방식 통합〓노조와의 합의에 따라 금융지주회사법의 국회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구조조정을 주도적으로 처리한다고 밝혀 한빛 조흥 외환은행 등은 새로 설립되는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통합될 전망이다.

통합방식은 이렇다. 정부가 대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해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지분을 지주회사에 출자하지만 합병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금융지주회사로 통합된 은행을 독자생존시키거나 합병하는 두가지 방안을 검토했으나 노조의 반발로 합병 카드는 사라진 셈이다.

독자적인 외자유치와 영업이익 등 자구노력을 통해 정상화하지 못하는 지방은행도 정부출자 후 금융지주회사 우산 아래 편입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부실은 배드뱅크(Bad Bank)로 넘겨 클린화하면 주가도 크게 올라 자금회수가 훨씬 수월해진다”며 “지주회사는 국내외 증시에 상장하거나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간 자율합병은 가능〓정부지분이 없는 은행이 경쟁력강화를 위해 자율적으로 합병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정부는 합병은행에 후순위채 매입 및 세제지원 혜택을 준다는 방침이어서 금융기관간 생존차원의 합병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그동안 시중에 나돌았던 하나-한미 등 은행합병 시나리오는 하반기에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노조가 우려했던 구조조정과정의 인원감축은 필연적으로 수반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원감축은 당연한 것”이라며 “공적자금투입은행도 자율합병은행처럼 꼭 필요한 수준에서 자율적으로 감축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합병으로 인한 중복 점포 및 인원감축보다는 강도가 낮겠지만 노조가 강력히 주장했던 은행원 신분보장은 물건너간 것으로 보여진다.

▽예금보호한도 축소〓금융기관 파산시 예금보호한도를 축소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금융개혁 진척 정도와 시중자금 이동상황을 감안해 보호한도는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말해 한도가 현행 2000만원(원리금 기준)에서 약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금보호한도 축소는 시중자금의 우량은행 이동을 가속화시켜 시장의 힘에 의한 구조조정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두영·김승련기자>nirvana1@donga.com

정부 금융노조 합의내용
금융지주회사법정부원안대로 임시국회에서 처리. 강제적인 합병없다. 인원감축은 합의문에서 제외.
관치금융으로 발생한 은행 부실처리러시아 경협차관 원리금 13억3000만∼13억4000만달러, 한아름종금에 묶인 은행자금 4조원, 정부가 은행에서 빌려 종금사 지원한 4조4800억원을 빠른 시일내에 지급.
관치금융 철폐 총리훈령에 관치금융 철폐조항을 반영.
2차 금융구조조정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에 대해서는 정부가 대주주로서 주도적인 역할.
예금 보호한도 실시예정대로 2001년 실시. 예금한도는 당초안(최고 2000만원)이 아니라 은행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탄력적으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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