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판공비 공개 의무화 시급…"공개"판결불구 늑장대처

  • 입력 2000년 6월 29일 19시 27분


“판공비 공개 요구는 주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우리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고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권리입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위원장 박길상·朴吉祥)는 시민단체로는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을 내 지난해 11월 인천지법에서 ‘인천지역 6개 구청장은 판공비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박위원장은 “세금으로 충당되는 판공비가 구청장의 ‘개인금고’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보공개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구청과 동구청을 제외한 인천의 6개 구청이 판공비 지출내용의 공개를 거부해 지난해 5월 법원에 소송을 내게 됐다.

판결이 내려지자 그때까지 참여연대로부터 판공비 공개 압력을 받고 있던 서울시장을 비롯해 대구시장 경북지사 대전시장 충남지사 등 대부분의 광역 자치단체장들이 ‘자진해서’ 판공비 지출내용을 공개했다.

반면 기초 자치단체장들의 모임인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협의회’는 지난해 12월 공동회장단 회의를 열고 “판공비를 공개하되 그 시기는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로 하며 공개기준은 행정자치부와 협의한다”고 결정, 사실상 공개를 거부했다.

박위원장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려면 보통 1심판결이 내려진 뒤 3년 가량 걸리기 때문에 자신들의 임기중 판공비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판공비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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