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인근 주민들 "초고층빌딩과 싸움중"

  • 입력 2000년 6월 28일 19시 18분


‘액운(厄運)’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일까. 29일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5년째를 맞게 되지만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참사의 터에는 여전히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대상그룹이 97년11월 서울시로부터 이 곳 대지 4657평을 2052억원에 사들여 초고층 주거복합 건물을 지으려고 했지만 인근 삼풍아파트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닥쳐 공사의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대상이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건축에 나선 것은 96년 이 일대가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되면서 ‘5층 이내’의 건축제한 규정이 풀렸기 때문. 이에 따라 대상은 지난해 12월 서울시에 39층 규모의 건축허가 신청을 냈으나 곧바로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에 부닥쳤다. 주민들은 “우리들의 의견수렴 없이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도시계획 변경으로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경우 주거환경이 크게 나빠진다”며 반대했다. 옛 삼풍백화점처럼 5층 높이 정도의 근린 상가가 적정한 규모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

서울시는 두 차례 건축위원회를 열어 층수를 지상 37층으로 낮춘 뒤 올 2월23일 건축허가를 내줬지만 인근 삼풍아파트 주민들은 3월 서울 행정법원에 건축허가 취소처분 소송을 제기, 맞불을 질렀다. 대상 측은 설계변경을 거쳐 올 9월경 일반 분양에 나설 것이라고 하지만 그 때까지 난마처럼 얽힌 문제가 쉽게 풀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도 “소송계류 중인 만큼 소송결과를 따를 예정”이라는 답변 이외의 다른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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