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암환자들 수술 기약없어 발만 동동

  • 입력 2000년 6월 22일 19시 27분


백모씨(43)는 요즘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19일 다니던 H병원에서 직장암이 재발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20일부터 폐업에 들어가는 바람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 담당의사는 “수술을 하긴 해야 하는데…”라면서도 휴진을 이유로 “다른 병원에 가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마침 경희의료원에서 방사선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돼 암세포 증식은 당분간 막게 됐지만 수술시기를 놓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백씨처럼 최근 암환자들이 병원 휴진사태로 제때 치료와 수술을 받을 수 없어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나마 각 병원이 방사선치료실은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암세포 증식이라도 막으려는 암환자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흉부외과 일반외과 산부인과 등 진료를 그만둔 과에서도 방사선치료실로 암환자의 진료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 방사선치료실의 환자수는 평소보다 20∼30%씩 늘었다.

정모씨(45·여·서울 서초구 서초동)도 최근 A병원 산부인과에서 유방암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었으나 20일부터는 방사선치료만 받고 있다.

정씨의 경우는 그나마 행복한 경우. 위암이나 간암환자들은 병의 특성상 방사선치료도 받을 수 없고, 설사 국공립병원을 찾아도 밀려드는 인파로 제대로 치료받기 힘든 상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치료방사선과 관계자는 “위암 간암 폐암환자 등은 약물치료와 함께 하루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휴진이 장기화돼 이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할 경우 과연 누구의 책임이냐”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상황에 서울 S병원 등 일부 종합병원 방사선치료실은 아예 외래암환자를 일절 받지 않아 눈총을 받고 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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