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맹회씨 '통일의 상록수' 1226그루 기증

  • 입력 2000년 6월 19일 19시 12분


“남북 화해와 협력을 앞당기는 ‘통일의 상록수’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19일 서울∼신의주 간 경의선 철로 변에 심어달라며 주목 등 시가 1억4500만원 상당의 나무 1226그루를 철도청에 기증한 전맹희(全孟熙·58)씨. 경기 파주시 문산읍 운천리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씨는 남북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정부가 경의선 연결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15년 동안 소중히 길러온 주목 1200그루와 구상나무 26그루를 내놓았다.

붉은 광택과 향기가 나는 목재로 잘 알려진 주목은 한 그루에 12만원 가량 하는 고급 수종(樹種). 소백산 비로봉 근처에 있는 1500그루 가량의 자생 주목 군락은 천연기념물 244호로 지정돼 있을 정도다. 구상나무 역시 충분히 자란 나무는 높이 20m, 폭 8m에 이르러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상록수.

전씨는 “문산에서 개성까지 철로 연변에 이 나무들을 심으면 남북을 오가는 승객들이 사시사철 푸르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개최일인 6월 13일을 기념해 경의선 남측 구간에 613그루, 북측 구간에 613그루를 각각 심어 달라고 철도청에 부탁했다.

전씨는 70년대 김대중(金大中) 당시 야당 대표의 변론을 하다가 변호사 자격증까지 박탈당했던 고 박세경(朴世俓)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민주화 운동에도 관여했다. 지금도 서울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농장에서 3만 그루의 나무를 가꾸고 있는 전씨는 “시골에서 나무를 키워온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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