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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9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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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를 신고해야 하는 사업자 수는 121만명에 달한다. 납세액을 결정하려면 합법적으로 만들어진 거래장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자영업자들 중에는 장부를 아예 작성하지 않거나 만든다 해도 하자가 많아 과세자료로 활용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장부없는 거래 발 못붙이게▼
▽폐지하게 된 배경〓그래서 나온 것이 표준소득률제도이다. 이 제도는 1955년 세정당국이 도입해 장부를 작성하지 않아도 소득세신고와 납부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국세청이 매년 경기상황 업종별 소득 등을 추산하여 일괄적인 기준을 제시해 주었다. 이 기준이 바로 소득표준율이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신고대상사업자 중 59.2%에 달하는 72만명의 사업자가 이 기준으로 소득세를 냈다.
표준소득률제도는 장부를 작성하지 않는 사업자의 소득을 쉽게 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다. 하지만 매출액만 같으면 비용 액수에 관계없이 똑같은 세금을 물게 되는 과세 불평등과 어차피 일정한 비율에 따른 소득세만 내면 되기 때문에 장부에 기재하지 않는 관행을 확산시키는 등 불합리한 ‘세정(稅政)’으로 지목받아 왔다.이를 시정하기 위해 이번에 표준소득률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야기될 혼란을 막기 위해 기준경비율제도를 보완책으로 내놓았다.
▽기준경비율 제도란〓모든 자영업자들이 장부에 기재, 이에 따라 세금을 계산하면 가장 간단하지만 장부를 작성할 능력이 없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매입경비 △인건비 △지급임차료 △지급이자 등 주요경비는 반드시 세금계산서 등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비용으로 인정해 세금 공제를 해주는 것. 그 외에 사소한 경비는 업종에 따라 정부가 정한 ‘기준경비율’에 따라 세금 공제를 해준다. 기준경비율은 사소한 경비에 대해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비율 자체가 세금 액수 결정에 큰 영항은 없다. 국세청은 내년초 자영업자 개개인에 해당하는 기준경비율을 통보할 예정이다.
▼영세업자 단순경비율 한시 적용▼
기준경비율제도에 의한 새로운 소득금액은 매출액에서 증빙서류를 제출한 주요경비와 기준경비율에 따라 계산한 경비를 뺀 금액이 된다. 예를 들어 음식점을 하는 A씨가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예전에는 표준소득률(12.6%)에 따라 1890만원이 소득세 부과 기준이 되는 소득금액이 됐다. 그러나 기준경비율로 하면 매출액에서 인건비 등 증빙서류를 제출한 주요경비 9000만원(가정)과 기준경비율(20%·가정)에 의한 경비 3000만원을 제한 3000만원이 소득금액이 된다. 물론 사업자가 비용에 관한 증빙서류를 얼마나 제출하느냐에 따라서 소득금액이 달라진다. 소득세가 소득금액에서 가족 공제 등을 뺀 금액에 소득세율(업종에 따라 다름)을 곱해 책정되는 것은 예전과 같다.
▽한시적인 단순경비율제도 시행〓그러나 국세청은 장부를 작성할 능력이 없는 영세한 자영업자 모두에게 기준경비율제도를 적용하면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고 내년부터 2∼3년간 한시적으로 ‘단순경비율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단순경비율제도를 적용받는 자영업자는 장부를 작성하지 않는 72만여명의 사업자 중에서 매출액을 기준으로 △광업, 도소매업 1억2000만원 미만 △제조, 숙박·음식, 건설업 6000만원 미만 △부동산임대, 서비스업 4800만원 미만 등 52만여명만 해당된다. 나머지 20여만명은 기준경비율제도가 적용된다.단순경비율제도는 표준소득률제도와 마찬가지로 국세청이 업종에 따라 일정한 경비율을 정한 뒤 매출액에 이를 곱해 경비를 계산해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중개업자 B씨가 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3000만원에다 일정한 경비율(52%·가정)을 곱해 나온 1560만원을 경비로 인정하고 매출액에서 경비를 뺀 1440만원이 소득금액이 된다.
▼거래내용 투명화로 세수 늘듯▼
▽연간 8조원 이상의 세수 증대 효과〓국세청은 자영업자들이 앞으로 각종 비용을 경비로 인정받기 위해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세금계산서 등 증빙서류를 받게 되고 결국 거래 상대방의 매출 자료까지 노출시켜 연간 8조원 이상의 세수 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국세청이 추진하고 있는 ‘과세자료 인프라 구축’에도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 소득세법을 개정, 내년 1월1일 이후 발생하는 소득분(2002년 5월 신고)부터 기준경비율제도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