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씨 탈선 파문]정치권 "깨끗한 척 하더니…"

  • 입력 2000년 5월 28일 19시 50분


“그래, 언젠가 실체가 드러날 줄 알았다.”

민주당 386세대 당선자들의 ‘5·18 전야제 술자리’ 파문에 이어 총선연대 대변인을 지낸 장원(張元)씨의 ‘여대생 성추행’사건까지 일어나자 여야 정치권은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다. 특히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에 대한 ‘피해 의식’이 강한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낙선 낙천운동을 주도하던 시민연대의 상징적 인물의 도덕적 타락에 국민은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개탄했고 자민련 박경훈(朴坰煇)부대변인도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흥분했다. 나아가 한나라당은 문용린(文龍鱗)교육부장관의 ‘5·18 술자리’와 정부 산하 모 연구소 원장의 성추문 논란까지 거론하며 “현 정권의 도덕성 위기의 끝이 도대체 어디냐”고 공격했다.

민주당도 공식 반응은 없었지만 시민단체를 향한 질타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한 당직자는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에게는 한없이 냉혹한 이중 잣대로 세상을 재단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으로 치명타를 입은 낙선자들의 반응은 더욱 격렬했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은 “한마디로 쌤통이다. 그렇게 고상한 척하던 자들이 뻔뻔하게도…”라고 분통을 터뜨렸고, 민주당 한영애(韓英愛)의원측은 “장원씨는 우리 지역까지 내려와 버스투어를 벌인 사람”이라며 “후안무치한 이중인격자”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일련의 사건 때문에 386세대나 시민단체의 건전한 활동마저 ‘도매금’으로 매도당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그동안 우리 정치판이 술과 여자 문제에 대해선 봐도 못 본 척하는 게 관례 아니었느냐”며 “정치권의 상당수는 자신이 당사자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안도의 숨을 쉴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