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패륜범죄, 전년보다 19% 증가

  • 입력 2000년 5월 25일 23시 48분


명문대생이 부모를 토막살인한 사건은 그가 지극히 평범하고 온순한 성격인데다 부모의 무관심과 꾸지람을 참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경찰은 범인인 이은석(李垠錫·24·K대 산업공학과 2년 휴학)씨의 정신감정을 전문가들에게 의뢰할 계획이지만 주변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정신분열증이나 심각한 정서장애를 겪은 듯한 현상은 보이지 않는다. 정신병 환자의 ‘이상 행동’이 아니라 정상인의 ‘충동적 행동’이라는 것. 이홍식(李弘植)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과장은 “이씨가 ‘회피성’ 또는 ‘수동 공격적’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두영(趙斗英)서울대 정신과 교수도 “이씨가 시체를 조직적으로 유기하는 등 완전범죄를 노린 점으로 미뤄 정신 이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성향의 사람은 자신이 갖는 불만이나 분노를 외부로 표출하지 못한 채 내면적으로 안고 살아가므로 다른 사람에게는 온순하고 때로는 비굴하게 보이지만 결정적 계기를 맞이하면 화산이 폭발하듯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문제를 푼다는 지적이다. 이씨는 경찰에서 “친부모라는 생각이 안 들고 내 인생에 방해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 부모나 친인척을 대상으로 한 반인륜적인 패륜범죄가 일상화된 지 오래이며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97년 796건의 패륜범죄가 98년 총 1160건으로 45.7%나 늘어났다. 이어 지난해에는 패륜범죄가 1379건으로 1년 전에 비해 다시 18.9% 증가했으며 올 들어서도 벌써 414건의 패륜범죄가 발생했다. 조교수는 “부모는 아무리 자기 자식이라 해도 집요하게 괴롭히거나 인격적으로 모욕을 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한편 경기 과천경찰서는 25일 이씨에 대해 존속살해 및 시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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