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서울 돈암초교 '스승님'으로 호칭바꿔

  • 입력 2000년 5월 14일 19시 29분


서울 성북구 돈암초등학교에는 ‘선생님’이 한 명도 없다. 단지 54명의 ‘스승님’만이 있을 뿐….

돈암초등학교는 스승의 날(15일)을 앞두고 최근 학부모들에게 이색적인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교사와 학생들이 교사의 부름말을 ‘선생님’ 대신 ‘스승님’으로 바꾸기로 결정했으니 학부모들도 적극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선생(先生)이라는 말은 의미상 먼저 태어난 사람이란 뜻으로 요즘은 단순히 상대방에 대한 경칭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을 가리키는 우리 고유의 토박이말은 스승입니다.”(가정통신문 내용의 일부)

이 학교에 스승님이라는 호칭이 등장한 것은 97년 이후 교사를 스승으로 부르자는 운동을 해왔던 유종슬(兪鍾瑟·57)교사가 3월초에 부임하면서부터.

“‘교실’이 붕괴되고 교사가 제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교육현장의 현실은 바로 스승에 대한 존경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아무에게나 붙이는 선생이라는 말로 스승을 부르니 존경심이 생길 수가 없지요.”

평소 이같은 소신을 갖고 있던 유교사는 자신이 맡고 있는 6학년 1반 학생들에게 선생님 대신 스승님으로 불러줄 것을 요청했고 학생들도 흔쾌히 이에 동의했던 것.

6학년 1반 이희린양의 말.

“처음에는 낯설고 이상했지만 익숙해지니까 스승님이 더욱 훌륭해 보이고 존경심도 드는 것 같아 좋아요.”

“교사에 대한 호칭이 바뀌니까 학생들이 금세 차분해지고 집중력도 생기더군요. 자식이 엄마를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의젓해지는 효과와 비슷한 것 같아요.”

유교사는 달라진 교실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교사는 또 3월31일 학교를 방문한 문용린(文龍鱗)교육부장관에게 이같은 취지를 설명하고 찬성하는 서명을 받아내는 등 교사를 스승으로 부르기를 정착시키는 데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유교사와 6학년 1반의 이야기는 금세 전교로 퍼져나갔고 4월초에는 이 학급 대표의 발의로 전교 어린이회에서 모든 교사를 스승님으로 부를 것을 결의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교사들도 교무회의를 통해 서로의 호칭을 스승님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호칭이 변하면서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달라졌다. 보다 스승다운 스승이 되기 위해 말과 행동을 더욱 가리는 등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려고 노력한다는 것.

이 학교 강영일(姜英一) ‘교장 스승님’은 “요즘들어 아이가 달라졌다는 학부모들의 감사 전화가 많다”면서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전국에 이같은 운동이 널리 퍼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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