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 불법로비]심재륜 前중수부장 호기춘씨 변호맡아

  • 입력 2000년 5월 10일 18시 46분


대검 중수부가 수사 중인 경부고속철도 차량선정 로비의혹 사건 피고인의 변호를 ‘국민의 중수부장’으로 불렸던 심재륜(沈在淪·사진)변호사가 맡아 관심을 끌고 있다.

심변호사는 프랑스 알스톰사로부터 로비 대가로 386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호기춘(扈基瑃)씨의 변호사로 선임돼 검찰에 정식으로 변호사 선임계를 내고 호씨를 3, 4차례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변호사의 입장에서 보면 검찰 특별수사의 최고 사령탑으로 사정(司正)의 칼을 휘두르던 입장에서 이제는 거꾸로 ‘방패’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또 지난해 성명서 파동으로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변신한 뒤 처음으로 굵직한 중수부 사건을 맡게 됐다.

심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맡게 된 경위에 대해 ‘자의 반 타의 반’이라고 설명. “국가적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맡지 않으려고 했는데 알스톰사 한국지사의 간부로 있는 고교 후배가 찾아와 간곡히 부탁하기에 어쩔 수 없이 맡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 그러나 심변호사는 호씨측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후 뒤늦게 자신에게 변호를 부탁했고 그 뒤 바로 구속되는 바람에 변호사로서 ‘기여’한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사건의 진상이 정확히 밝혀져 호씨의 행위에 대한 ‘적절한’ 법률적 평가가 내려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심변호사는 호씨에 대해 “구속된 뒤에도 남편 걱정만 하고 남편도 호씨 안부만 묻는 등 부부 사이가 매우 좋은 것 같다”며 “린다 김씨와는 전혀 다른 인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심변호사는 “호씨는 알스톰사의 에이전트로서 정당한 로비 활동의 대가를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며 “정관계 로비 부분은 최만석씨가 전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최씨가 정관계에 막대한 로비자금을 뿌렸다면 그 자금은 이번에 적발된 1100만달러와는 다른 경로로 조달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심변호사는 “국책 사업자 선정과정에서는 늘 ‘주인 없는 돈’이 넘쳐흐른다는 얘기가 나돌았다”며 “이번 수사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고속전철 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한마디.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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