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문제 전문가 50대 대학강사 日서 피살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54분


일본에서 탈북자 인권운동을 벌여온 재일동포 김영달(金英達·51) 간사이(關西)대 강사가 8일 저녁 일본 효고(兵庫)현 아마가사키(尼崎)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가 날카로운 흉기에 가슴을 찔려 숨진 데다 유서가 없고 머리 맡에 흉기가 놓여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살인사건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경찰은 김씨의 사체를 부검할 계획이다. 경찰은 면식범에 의한 범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얼마전까지 동거했던 전중학교 여교사(44)를 불러 최근 동향을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1993년 오사카(大阪)에서 구하자,북한민중/긴급행동네트워크(RENK) 를 만들어 대표로 일해왔다. 이 단체의 이영화(李英和)사무국장은 9일 지난달 23일 마지막으로 김씨를 만났으나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다 며 북한측이 사건에 관련됐다는 증거는 현재 아무 것도 없다 고 말했다. 현지 경찰도 현재로서는 특정단체 등이 관련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명백한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도쿄(東京)의 정통한 한 정보소식통은 이번 사건은 북한측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며 현재 일본경찰이 수사중인 사건이어서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결국 북한측과 관련이 있는 쪽으로 수사방향이 잡혀질 것 이라고말했다.

<심규선기자>ksshim@donga.com

▼김영달강사는 누구

8일 피살체로 발견된 김영달강사는 재일동포 2세로 1970년에 일본국적을 취득했다. 일본 식민지 치하의 창씨개명 과 재일동포 문제를 연구해 왔다. 특히 지문날인제도 등에서는 선구적인 업적을 남겼으며 재일조선인의 귀화 일본의 지문제도 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1998년부터는 간사이대학 2부의 비상근강사로 취임해 5개학부에서 한국어를 가르쳐왔으며 오사카(大阪)시립대, 나라(奈良)산업대 등에서는 인권론을 강의해 왔다.

그는 특히 1993년 탈북자 인권단체(RENK)를 만든 뒤에는 대표로 일하며 탈북자 인권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RENK는 지난달 중국 지린(吉林)성 두먼(圖們)시에 있는 탈북자 수용소에서 탈북자들이 폭동을 일으킨 사실을 포착해 공개했고 8일에는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강제송환되는 사진을 몰래 촬영해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1998년 북한 어린이들이 굶주리는 모습을 VTR로 촬영해 공개한 것도 이 단체다.

<도쿄=심규선특파원기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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