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김 사건 2대 미스터리]부적절한 관계 있었나…

  • 입력 2000년 5월 8일 19시 47분


이양호(李養鎬)전국방장관이 무기거래 로비스트 린다 김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으며 이러한 관계가 백두사업의 결재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직접 ‘고백’함에 따라 백두사업 로비의혹 사건이 묘한 국면을 맞고 있다.

이전장관과 린다 김의 공방에 있어 가장 궁금한 것은 이양호씨와 린다 김 사이엔 과연 무슨 일이 있었으며 이씨가 두 사람 사이의 사적인 문제를 왜 공개했느냐는 두가지.

이전장관은 96년 3월과 7월 서울 R호텔과 A호텔에서 두 차례에 걸쳐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린다 김은 “그런 관계는 결코 없었다”는 입장. 따라서 이전장관이 ‘부적절한 관계’를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를 추가로 제시하지 않는 한 누구 말이 진실인지 가려내기 어려운 상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궁금한 것은 그동안 백두사업이 린다 김 로비에 의해 결정되지 않았다고 강력히 부인해온 이전장관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린다 김과의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다고 ‘고백’한 진짜 배경.

그는 7일 “린다 김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은 절대로 없다”면서도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서는 ‘시인’으로 선회했다. 특히 이전장관은 이같은 주장을 한 직후 린다 김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을 조용히 무마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사과까지 했고 “린다 김과 관계를 맺을 즈음에 모의원과 깊은 관계였다는 것을 알고 분개했다”고 털어놓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주변에서는 이전장관이 넋이 나간 상태이거나 ‘부적절한 관계’를 실토하지 않을 수 없는 어떤 약점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부적절한 관계’가 사실일 경우 이 관계가 백두사업 등 국방부의 무기조달사업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주목되는 대목.

단순한 ‘부적절한 관계’일 경우 형사처벌이 어렵지만 이 관계가 백두사업의 통신감청 장비 및 항공기 선정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관련 당사자들을 뇌물죄로 처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전장관은 이에 대해 “당시 백두사업이 거의 확정돼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면서도 동부전선 전자전 장비사업 등 일부 도와주려 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린다 김 로비사건은 무기로비의 실체규명보다는 린다 김과 이전장관간의 성스캔들로 변질되고 말았다.

<신석호·김명남기자>starla@donga.com

▼'성관계' 뇌물죄 가능한가

이양호 전국방장관이 “96년 R호텔 등에서 린다 김과 두 차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털어놓음에 따라 뇌물죄로 기소할 수 있는지가 관심거리가 된 것. 린다 김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 전장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학계에선 뇌물을 금전, 기타 재산상 이익, 그리고 사람의 수요나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이익으로 정의하고 있어 ‘성’도 포괄적 의미의 뇌물로 볼 수 있다. 또 당시는 린다 김이 백두사업과 동부전선 전자전장비사업 로비 활동을 할 때이므로 국방장관의 직무관련성도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뇌물죄 성립 여부를 가리는 핵심 사항은 대가성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전장관과 린다 김의 경우엔 연애편지를 주고받는 등 장기간 긴밀한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가성 입증이 어렵고 성관계를 금액으로 환산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여서 뇌물죄 적용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뇌물죄로 두 사람을 기소하면 첫 판례가 생길 수도 있지만 실제로 수사 기소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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