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金 커넥션]검찰 "좀더 두고보자" 입장 신중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36분


린다 김의 로비의혹에 대한 재수사 문제에 대해 검찰은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재수사를 하겠다” 또는 “수사를 하지 않겠다” 고 딱 부러지게 말하지 않고 있다. “두고 보자”고 말하는 정도다.

검찰 간부들의 속마음은 ‘수사 불가(不可)’ 쪽으로 기울어 있는 듯하다. 김재기(金在琪)서울지검 1차장은 “법률적으로 문제삼을 게 없으며 지금으로선 재수사는 없다”고 밝혔다. 린다 김의 출국금지 조치 이유에 대해서도 “재수사 착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재판 진행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가도록 내버려두면 비호했다는 말을 듣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검찰이 재수사에 대해 소극적인 이유는 사건의 성격 자체가 수사 대상으로 삼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검찰은 범죄를 찾아내 재판에 부치는 것을 본업으로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나타난 고위공직자들과 린다 김의 ‘사적(私的)인 관계’를 범죄로 처벌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사건의 성격 자체가 전직 고위공직자들과 미모의 로비스트 간의 ‘로맨스’ 비슷한 것이라 우리가 나서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수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사건의 성격’이라는 것이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린다 김과 관련자들 사이에 금품을 주고받은 흔적이 드러나는 경우 등이다. 또 관련자들의 개인 비리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

정치권 등 검찰 외의 변수도 있다. 언론보도 등으로 의혹이 증폭될 경우 정치권에서 수사‘요청’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 일부 참모들 중에는 벌써 “진상을 낱낱이 가려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사건이 전(前)정권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현정부 입장에서 전면수사에 따른 부담이 없어 곧바로 수사착수를 지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어쨌든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 착수 여부는 검찰 자체의 판단보다는 검찰 외의 상황에 의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을 의식해 검찰도 딱 부러지는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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