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 在美교포여인 린다 김 로비의혹 파문 확산

  • 입력 2000년 5월 3일 00시 59분


영화나 외국의 정치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캔들’이 시중의 화제다. 주인공은 한국의 정 관계 고위 인사와 무기중개업체의 로비스트인 ‘미모의 재미교포 중년 여인’. 더구나 고관들과 여인이 주고받은 사신까지 적나라하게 공개돼 호사가들의 흥미를 끄는 데 모자람이 없는 구색을 갖추고 있다.

▼사건 개요▼

현재까지 드러난 사건의 내용은 YS 정권 시절(93∼98년) ‘백두사업’ 추진 당시 로비스트로 활동해 최종 사업권을 따낸 무기 중개업체 IMCL사 회장 린다 김(47)이 당시 정 관계 고위인사들과 맺은 친분 관계.

이들 관계는 크게 △국방장관 국회국방위원장 등을 상대로 벌인 린다 김의 로비 내용 △무기구매체계의 핵심인 국방 관련 고위공직자나 정치인들에게 접근하기 위한 노력 △정 관계 고위인사들 간의 친분 여부 등으로 나눠진다.

▼로비의혹 논란▼

린다 김과 편지를 주고받은 고관과 의원 중 로비와 관련해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인물은 ‘백두사업’의 핵심책임자였던 당시 국방장관 이양호(李養鎬·63)씨. 이씨측은 “린다 김과 안부성 편지를 주고받은 것은 사실이나 그를 처음 소개받은 96년 3월은 사업자 선정이 이미 끝난 후여서 로비의혹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

추가로 대두된 ‘동부전선 전자전 장비사업’ 지원설에 대해 이씨는 “린다 김을 소개해준 여권 인사(정종택·鄭宗澤당시환경부장관)를 믿을 만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측에 린다 김을 에이전트로 쓰도록 권유한 일이 있으나 실제 장비평가 결과 기준미달이어서 탈락됐을 뿐 의혹을 살 만한 일은 없다”고 해명.

▼편지내용▼

일부 언론에 공개된 고관들과 린다 김이 주고받은 편지의 내용.

“린다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심정은 린다의 정성어린 편지를 받기 훨씬 이전부터 간직해 왔던 것이오. 어떻게 보면 보고 싶은 심정 이상으로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오…. 나는 린다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심정이 강렬하게 일어날 때가 많소.”

전직 장관 A씨가 93년8월에 린다 김에게 보낸 편지의 서두다. 그가 린다 김과의 관계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들처럼 완벽한 심정적 일치’라고 적은 이 편지는 “린다의 수정처럼 투명한 솔직함은 린다의 현재를 의심할 만큼 믿기 어려운 것이오. 린다의 어린애처럼 정을 보채는 것은 린다의 미(美)를 부정하리만치 순수한 것이오”로 이어진다.

전직의원 B씨가 96년8월 보낸 ‘사랑하는 린에게’로 시작하는 편지. “나는 언젠가 너(린다 김)의 붉은 색이 감도는 눈망울과 그 가장자리를 적셔 내리는 눈물을 보고 너는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믿게 되었다.”

▼커넥션과 관련자 해명▼

▽정종택전장관〓89년 정무장관을 지내면서 야당 중진(손주항·孫周恒)의 소개로 린다 김을 만났다. 이양호전장관은 고교 3년 후배로, 96년3월 린다 김의 부탁으로 소개해 줬다.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린다 김에게 전직 장관 A씨와 전직 의원 B씨, K변호사 등도 소개해줬다. 내가 속았다. 맹세컨대 단돈 1만원이라도 받았으면 할복자살하겠다.

▽황명수(黃明秀·민주당고문) 당시 국회국방위원장〓(린다 김의 부탁으로 이양호전장관에게 전화를 걸어준 데 대해)린다 김은 B전의원이 ‘국방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연락할 것’이라고 해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이전장관에게 기술 좋고 가격 싸고 기술 이전이 되는 것이면 잘 검토해보라고 한 것뿐이다.

▽손주항씨〓평민당의원 시절인 88년 미국에서 서각전시회를 했을 때 고종사촌의 딸의 소개로 린다 김을 알게 됐다. 이듬해 서울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보석장사를 하며 남편은 없지만 딸이 하나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당시 내가 정종택전장관에게 부탁할 수 있을 만한 위치에 있었지만 린다 김을 정전장관에게 소개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사적인 편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전직장관 A씨〓린다 김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K변호사〓정전장관에게 ‘뭐 하는 여자냐’고 물으니 ‘무기거래 일을 한다’고 답하기에 ‘그런 여자를 내가 왜 만나느냐’고 딱 잘랐다. 그런데 린다 김이 나와 아는 사이라고 떠들고 다닌다는 소문을 듣고 그 여자에 관해 알아봤더니 ‘6공 때부터 정 관계 인사들과 복잡한 관계를 맺어 온 여자’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검찰수사▼

서울지검 김재기(金在璂)1차장검사는 “‘백두사업’ 관련 수사에서 린다 김이 정 관계 인사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흔적은 드러나지 않았다”며 “(편지 등)개인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은 수사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린다 김은 이미 군 중간간부에게 뇌물을 주고 2급 군사기밀을 빼낸 혐의로 지난달 불구속기소됐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 국내에 있는 린다 김을 출국금지 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린다 金 누구인가▼

린다 김은 ‘미모, 화려한 경력에 재산까지 많은 성공한 재미교포 여성 사업가’로 통하지만 그의 ‘과거’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거의 없다.

린다 김의 알려진 신상명세는 53년 경북 출생이고 초등학교를 대구에서, 중고교를 서울에서 다니고 20대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것 정도. 린다 김이 75년 출국 때 작성한 서류에는 ‘서울 H대학 중퇴’라고 적어놓았다. 한때 미국 버클리대 박사로 알려졌으나 사실여부는 불확실.

린다 김은 98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3세 때 세계적 무기 중개상 카쇼기 밑에서 일하면서 중동지역을 무대로 무기중개업을 시작했다”고 말한 것으로 돼있고 무기중개업계에선 ‘YS 시절 권력핵심에 상당히 접근한 유능한 로비스트’로 알려져 있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