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美경찰銃 사망, 韓人들 "진상규명" 요구 시위

  • 입력 2000년 4월 25일 19시 49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강도를 쫓던 재미교포가 미 경찰의 총격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교포들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경찰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21일 오후 7시40분경 내슈빌 시내 매디슨스퀘어 쇼핑센터에 있는 안정환씨(49)의 미용실에 10대 남녀 강도 2명이 침입, 안씨 부부를 탈의실에 감금하고 현금을 털어 달아났다. 강도가 달아나자 안씨는 뒤쫓아가 지프를 빼앗아 달아나는 이들을 향해 권총을 쐈다. 이때 인근에서 식사를 하다가 총성을 듣고 출동한 경찰관 2명이 강도 대신 안씨에게 권총을 발사했다. 이중 2발이 이마 등을 관통해 안씨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세 차례에 걸쳐 총을 버릴 것을 요구했지만 안씨가 따르지 않아 총을 쐈다며 안씨가 영어를 못 알아들어 사고가 빚어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건직후 임무에서 제외된 뒤 조사를 받고 있다. 달아난 10대 강도들도 붙잡혔다.

그러나 테네시주 한인회의 신병호(申炳浩)회장은 25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교포들은 강도들이 백인이었기 때문에 경찰관들이 인종차별적 선입견을 갖고 강도를 추격하는 안씨에게 총격을 가했고 다리 등이 아니라 머리를 겨냥한 점으로 보아 의도적으로 사살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포 600여명은 23일 안씨의 가게 앞에 모여 집회를 여는 등 조직적으로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테네시주의 미 언론들도 이번 사건을 포함, 지난달 30일 이후 경찰의 총격으로 무고한 시민 3명이 희생되자 경찰의 과잉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 빌 퍼셀 내슈빌 시장은 특별성명을 내고 안씨의 죽음을 애도했으며 사건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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