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근로제 7월 시한만료]勞使 정규직전환 싸고 대립

  • 입력 2000년 4월 23일 20시 00분


근로자 파견제도를 허용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이 7월로 시행 2년이 되면서 파견근로자의 사용기간 연장 또는 정규직화를 놓고 노사가 심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 법상으론 파견 근로자의 사용기간이 2년으로 제한돼 있어 그동안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업체들이 기간이 만료된 파견근로자들을 순차적으로 해고하거나 아니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 임박하고 있기 때문.

노사 양측은 98년 노사정 대타협때 근로자 파견제도를 허용키로 하면서 파견 직종을 26개로 한정하고 기간도 2년으로 제한하되 2년 이상 사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간주’키로 합의했었다. 이는 파견근로자의 양산을 방지하고 정규직화를 유도한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23일 노동부 및 노사 양측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파견근로자는 5만3000명에 이르며 이중 5000∼7000명이 7월중 기간이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와 관련해 최근 기업체들이 기간이 만료된 파견근로자들을 순차적으로 해고하고 신규 파견근로자를 받아야 할 경우 업무단절은 물론 교육훈련 부담까지 생기게 된다며 파견근로자의 사용기간을 1년 연장해 줄 것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대한상의는 “대부분의 업체가 파견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만한 여유가 없다”며 “사용기간이 만료돼 다른 파견근로자를 쓸 경우 기존 파견근로자들의 대량해고가 불가피하고 기존 파견사원을 계속 사용하더라도 임시 계약직으로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사용자측의 요구에 대해 노동계는 파견근로자 사용기간 연장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노총 이정식(李正植)기획조정국장은 “사용기간을 연장하겠다는 것은 숙련된 노동력을 싼값에 쓰겠다는 속셈에 불과하다”면서 “당초의 입법 취지대로 2년 사용기간을 채운 뒤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파견근로자 허용업무의 범위도 단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재계의 파견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움직임에 맞서 사용기간을 단축하고 파견허용 업종을 줄이는 등 파견근로자법을 보다 엄격하게 개정하는 방안 및 파견근로자의 임금착취 실태에 대한 공동조사 등을 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현 단계에서 법 개정을 한다는 건 무리라는 전제 아래 사용업체들이 2년을 초과한 파견근로자는 정규직 또는 임시 계약직 등 어떤 형태로든 채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영세한 파견업체 상당수는 가용인력이 고갈된다는 차원에서 파견근로자의 정규직화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또 조직화돼 있지 않은 파견근로자 개개인은 정규직으로 되면 좋지만 정규직화가 어렵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고용이 이어지길 바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논란이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