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논의예상 3대 의제?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4분


▼당국간 경협▼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집요한 남북정상회담 개최 제의에도 계속 ‘코웃음을 치던’ 북한이 정상회담에 전격 합의한 것은 뭔가 ‘반대 급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데 토를 다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천문학적 규모의 현금 지원 약속설도 나오지만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 등으로 볼 때 그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김대통령의 ‘베를린선언’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정상회담 석상으로 끌어내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의 주장이고 이런 주장은 상당 부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민간 차원이 아닌 정부간 대규모 경협 의사를 표시한 ‘베를린선언’ 이후 북한의 태도 변화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돈이다. 노태우(盧泰愚)정부 시절부터 허용된 민간 차원의 경협은 규모가 클 때도 1억∼2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북한 경제 회생에 큰 도움이 못됐다.

최소 수십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되는 당국간 경협은 차원이 다르다. 더구나 김대통령은 ‘베를린선언’에서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과 농업구조개선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처럼 대규모 경협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적자재정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국가 재정 부실화를 급속도로 진행시키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벌써 정부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사전 접촉 과정에서 30억달러 규모의 경협을 약속했다는 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당국은 남북경협기금과 국제기구의 대북자금 지원, 일본의 대북 공적 개발원조 등이 재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대규모 북한 경협은 중소기업 등 민간 투자를 활성화시켜 국내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남북경협기금은 기본적으로 남한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인데다 일본과 국제기구의 자금 지원도 기대처럼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는 만큼 대북경협이 반드시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이산가족 상봉▼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1000만 이산가족의 한(恨)이 풀릴 수 있을 것인가.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남북한 양측이 적극 협력하기로 한만큼 이산가족 등 인도주의적인 문제 등은 정상회담 전의 사전접촉에서 대충 합의가 이뤄진 뒤 정상회담에서 결론날 것”이라고 말해 기대를 낳았다.

지난달 말까지 남북한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서신교환이 543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생사확인 2004건 △제3국 상봉 496건 △방북 상봉 7건이었다.

남북한 사전접촉에서 양측 협상팀은 이산가족의 접촉 폭을 넓히고 다양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협상의 쟁점은 이산가족 상봉 규모와 절차, 정례화 문제 등으로 집약된다. 우선 상봉에 앞서 남북한 내 이산가족의 소재 파악과 함께 대상자 선별작업이 급선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한은 이미 이산가족 데이터베이스(DB)구축 작업을 마쳤으며 북한도 98년2월 사회안전성(현 인민보안성) 산하에 ‘이산가족주소안내소’를 설치해 북한 내 이산가족 현황 파악에 나서고 있는 상태. 협상 여하에 따라 필요하다면 남측은 북한의 이산가족 DB구축을 적극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면회소’의 장소 선정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1차 정상회담 장소가 제3국이 아닌 평양으로 결정된 점을 고려한다면 이산가족면회소도 판문점이나 금강산 등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

또한 이산가족 상봉 규모도 관심사. 85년 남북 이산가족 동시 고향방문이 성사됐을 때 한국측이 35명, 북한측이 30명에 그쳤지만 이번에 협상이 성사된다면 상봉규모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인 규모와 정례화 문제 등은 양측 접촉 과정에서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정상회담 성사 후 이산가족문제의 실무창구는 남북한 적십자사가 맡게 될 공산이 크다.

그동안 인도적 차원의 각종 지원창구로 신뢰를 쌓아온 적십자사가 이산가족 문제를 전담할 경우 당국 간 직접협상의 완충역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남북한 해빙▼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장 중요한 의제는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다. 분단 반세기가 넘도록 계속된 남북한의 반목과 대결, 군사적 긴장을 남북 정상이 무릎을 맞대고 앉아 해소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7·4 공동성명의 조국 통일 3대 원칙’ 중의 하나가 ‘평화’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천명해 온 대북 3원칙 중 첫번째가 ‘북한의 도발 불용’인 만큼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대원칙이 정상회담을 통해 천명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사항으로는 91년 합의된 남북기본합의서가 준용될 가능성이 크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 ‘화해’와 ‘불가침’을 위한 구체적 조치로 △체제 인정 및 내정 불간섭 △상대방 체제 전복 기도 중지 및 상호 불가침 △상호 비방 중상 중지 △대규모 부대 이동과 군사연습의 사전 통보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렇게 구체적인 합의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양측 정상이 대좌하는 만큼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합의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문제는 평화와 안보 문제에 대한 남북의 기존 시각차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점. 북한은 한반도문제에 대한 ‘외세 배격’을 주장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이번 합의문에 ‘7·4 공동성명의 원칙’이 등장한 데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갖는다. 조국통일 3원칙 가운데 첫번째는 ‘자주’로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의 논거로 사용돼 왔던 터였다.

또 다른 주요 입장차는 북한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의 당사자는 정전협정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점. 하지만 역으로 보면 바로 이런 입장차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최고위급의 대화밖에 없다는 게 정부당국자들의 기대다.

남북 정상회담은 또 양측 간 군사회담을 재개해서 남북한 간 긴장을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은 기본합의서에서 ‘남북군사공동위’ 구성에 합의했기 때문에 이를 구성해서 상호 불가침과 군축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제균·송상근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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