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휘장-마크 54년만에 바꾼다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4분


서울대가 개교 54년만에 학교상징인 휘장과 마크를 바꾼다.

서울대는 10일 국제화시대에 맞춰 서울대만의 독특한 문화와 학풍이 드러나도록 휘장과 마크 등 학교 상징물을 재정비하는 대학 이미지 개선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서울대의 휘장은 46년 1대 총장이던 미국인 해리 비드얼 앤스테드박사(당시 미군 대위)가 미국과 유럽의 여러 대학 휘장을 참고해 둥근 월계수관 속에 ‘진리’와 ‘정의’를 상징하는 깃털 펜과 횃불을 엇갈리게 걸쳐놓고 그 위에 라틴어로 ‘진리는 나의 빛(VERITAS LUX MEA)’이라는 글이 적힌 책을 놓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VERITAS LUX MEA’라는 글귀가 미국 하버드대학 휘장의 ‘VERITAS(진리)’와 비슷한데다 깃털 펜과 월계수관 등은 동양에서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 중세 유럽 귀족계급의 상징물이어서 국적불명의 정체성 없는 휘장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대 관계자는 “개교 당시 별다른 고민없이 외국 유명대학의 휘장을 모방해 만든 상징물로는 서울대의 정체성을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 그동안 학내에서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며 “학내외 의견을 수렴, 상징물 변경작업을 신중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이를 위해 송병락(宋丙洛)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문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산하에 상징물 변경소위원회(위원장 한영우·韓永愚 인문대학장)를 설치했다.

서울대는 국립 서울대학교의 첫 자모음을 따 한글 ‘샤’자와 비슷하게 만든 학교 마크와 이를 응용한 정문의 철구조물, 교조(校鳥)인 학, 교목인 느티나무 등도 변경하거나 새롭게 의미를 부여할 계획이다.

서울대는 이와 함께 문화위원회 산하에 문화벨트 설립 소위원회(위원장 이종상·李鍾祥 미대교수)를 설치, 문화관과 두레문화관, 박물관 등을 잇는 문화벨트를 만들어 관악캠퍼스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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