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고문 문도상씨 피살…金品 손안대 면식범 가능성

  • 입력 2000년 4월 4일 19시 40분


한 대기업의 고문 부부가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 서울 도심지에서 일어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이 면식범에 의한 살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효성의 고문 문도상(文道祥·65)씨가 4일 오전 10시50분경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하이츠 103동 2003호 자택에서 부인 천시자(千詩子·57)씨와 함께 살해된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문씨 부부는 안방 화장실에 서로 얽힌 채 누워 있었으며 각각 목 부위에 문씨는 2차례, 천씨는 6차례 예리한 칼로 깊이 찔린 자국이 있었고 현장에는 문씨 부부가 흘린 피가 흥건했다.

현장을 처음 발견한 부인 천씨의 친구 정모씨(58·여)는 경찰에서 “이날 오전 10시 남산 서울클럽에서 만나기로 했던 천씨가 오지 않아 집에 와보니 현관문이 열려 있고 안방 화장실에 문씨 부부가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3일 오후 11시경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집안에 범인의 신발자국이 전혀 없고 도난품도 없는데다 잔인하게 살해된 점 등으로 미뤄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작은방에서 발견된 피묻은 흉기와 거실탁자의 지문 3개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 의뢰하고 아파트 현관에 설치된 폐쇄회로 TV의 테이프를 통해 출입객들의 신원을 확인중이다.

문씨의 두 아들은 외국에 나가 있어 옥수동 자택에는 문씨 부부만 살고 있었다.

▼발견▼

살해 현장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천씨의 친구 정모씨 등 3명과 문씨의 운전사 이모씨(50). 이날 오전 천씨를 만나기로 했던 이들 친구들은 천씨가 나타나지 않아 문씨의 집으로 전화했으나 이마저 응답이 없었다.

정씨 등은 문씨의 아파트로 갔고 주차장에 있던 운전사 이씨와 함께 문씨 집으로 올라갔다. 현관문이 열린 것을 수상하게 여긴 정씨 등은 집안으로 들어가 이곳저곳 살피던 중 작은방에 널린 옷가지와 피묻은 칼을 보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안방 화장실에서 살해된 문씨 부부를 발견했다.

▼현장▼

문씨 부부는 목을 여러차례씩 찔린데다 머리도 둔기로 10여차례씩 맞은 상태였다. 바지와 셔츠 등 평상복 차림의 문씨 부부는 화장실에 뒤얽힌 채 이불로 덮여 있었다.

안방에서 발견된 화투패는 두사람 몫으로 나뉘어 있었고, 거실에는 마시다 만 찻잔 1개와 찻잔 받침 2개가 놓여 있었으나 나머지 찻잔 1개는 발견되지 않았다.

▼수사▼

경찰은 창문 등에 침입 흔적이 없고 문씨 부부가 늦은 시간 문을 열어주고 함께 차를 마실 정도라면 범인과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옷장을 뒤진 흔적도 위장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효성 직원들은 “문고문이 경영자문과 해외무역 정보 등에 밝고 성격이 밝아 누구와도 마찰을 일으킬 성격이 아니다”며 원한관계라는 추측에 고개를 저었다.

경찰은 계획적 범행이라기 보다 평소 알고 지내던 범인이 무언가 대화중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씨 주변▼

21층 아파트의 20층에 위치한 숨진 문씨 집은 32평 크기로 올 2월 입주했다.

문씨의 친형인 문태준(文太俊)전보사부장관은 “동생 부부가 압구정동 아파트를 팔고 분당에 새 아파트 계약을 맺은 게 불과 몇달 전”이라며 “옥수동의 32평 이 아파트는 임시 거처”라고 말했다.

옥수동사무소에 따르면 문씨는 이 집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으나 부인 천씨는 외국으로 전출간 것으로 되어 있다.

<이현두·윤상호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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