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가 지금은 정치권의 병무 청탁에 연루된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합수반이 핵심 인물 중 한명으로 여기는 그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입을 열 경우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이씨는 96년 10월 서울 신길동의 한 식당에서 서울지방 병무청 신체검사장 소속 징병보좌관 하중홍씨(구속 중)에게 500만원을 주면서 “신체검사 담당 군의관에게 전달해 안모씨가 병역을 면제받도록 해달라”고 청탁한 혐의다.
이씨는 또 같은 달에도 하씨에게 윤모씨의 병역면제를 청탁하면서 신체검사담당 군의관에게 전달해 달라는 명목으로 1000만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합수반은 “이씨는 20년 가까이 국회에 파견돼 국회 연락담당 업무를 하면서 국회의원 보좌관과 비서관들의 병무청탁을 도맡아 해결해 줬다”고 구속영장에서 밝혔다.
그러나 합수반은 “이씨가 사소한 용돈 등을 받아 쓴 부분에 대해서만 진술하고 병역면제와 관련된 청탁 해결 부분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수반은 이날 정치인 아들 5명을 추가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로써 정치인 아들 31명 중 18명에 대한 1차 소환조사가 일단락됐다.
한편 서울지검 특수1부 주철현(朱哲鉉)부부장은 이날 아들의 병역면제를 청탁하며 병무청 직원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서일산업 사장 문희웅씨(53)를 불구속 기소했다.
문씨는 98년 4월 병무청장 비서실장이던 박모씨를 통해 알게 된 서울병무청 징집4계장 김모씨에게 “신체검사 군의관 등에게 전달해 고혈압을 앓고 있는 아들이 병역면제 판정을 받게 해 달라”며 500만원을 건넨 혐의다.
검찰은 또 병역면제 청탁과 함께 700만원을 받아 이 중 600만원을 신검 담당 군의관에게 전달한 혐의로 서울병무청 6급 직원 이상용씨(49)와 이씨에게 아들의 병역면제를 부탁하며 돈을 준 혐의로 이용소씨(56)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