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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24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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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손실 보전에 불과하고 특히 문제의 본질은 의보수가 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의약분업안 전반에 있다.” 24일 정부의 의보수가 인상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집단휴진 및 종합병원급의 의약분업 시범실시를 강행키로 해 의약분업을 불과 100일을 앞두고 정부와 의료계간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의보수가를 평균 6% 인상 조정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지난해 11월15일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도 도입으로 인한 의료계의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서다. 당시 정부는 자체 조사를 거쳐 전체 진료비 대비 약제비의 비율을 32.5%로 계상해 9009억원의 절감(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약가 인하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해 의보수가를 평균 12.8% 인상했다.
그러나 조정 이후 올 1월 실제 약가 절감분을 분석한 결과 1조1614억원에 달했다. 또 진료비 대비 약제비의 비율도 41.6%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착오’를 인정하고 의보수가를 추가 인상하는 방법으로 의료계의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했고 의사들의 수입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그 인상폭은 평균 6%가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동네의원’ 및 약을 많이 사용하는 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등의 수가를 크게 인상했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설명.
이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은 다르다. 우선 의료계의 손실분이 정부 추산보다 훨씬 높은 1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것. 하루 평균 4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동네의원의 경우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 도입으로 한 달에 수백만원의 손실을 보았지만 6% 인상으로는 고작 월 30만원 정도 보전될 뿐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당초 요구대로 인상률이 8.4%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또 “정부는 의보수가 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의 의약분업안 자체에 있으며 약사들의 임의조제 근절책 마련 등 제반여건을 지금보다 많이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흥봉(車興奉)보건복지부장관은 “집단 휴업까지 약 1주일의 시간이 있는 만큼 여러 채널을 통해 의료계 인사들은 만나 설득을 계속할 것”이라며 “의료계도 정부의 설명을 꼼꼼히 들어보면 입장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의료계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극적인 돌파구가 없는 한 의료공백사태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이번 수가조정으로 인한 국민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 이후 3월까지 총 4개월반치의 손실분을 ‘국고’에서 충당키로 한 만큼 결국 국민부담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정용관·최원호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