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山들 '선거철 몸살'…선거운동 단체등산 북적

  • 입력 2000년 3월 15일 19시 50분


선거철만 되면 산(山)이 몸살을 앓는다.

4·13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출마자의 사조직들이 산악행사를 잇따라 가지면서 서울 근교를 비롯한 전국의 산들이 단체 등산객으로 때아닌 수난을 겪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3월 입장객수는 13일 현재까지 47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만9000명보다 16% 늘었다. 이는 2월 입장객수가 67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6만4000여명보다 11% 줄어든 추세를 감안하면 실제 30% 이상 늘어난 수치.

특히 올해 들어 평일 산행이 크게 늘어난 것이 새로운 현상. 북한산 관리사무소의 한 직원은 “지난해만 해도 평일 단체산행은 일주일에 1, 2건에 불과했는 데 올해는 4, 5건을 넘는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선거철을 맞아 후보들의 사조직이 정당 및 출마자의 은밀한 지원을 받아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산악행사를 자주 갖기 때문이란 분석. 실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산악회를 가장한 선거운동 모임이 부쩍 늘어 이들이 전단을 뿌리거나 후보자 이름을 연호하는 등 불법선거운동을 벌이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산 관리사무소 A지구의 소장은 “최근 산악회를 빙자한 여러 모임이 부쩍 자주 보인다”며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단체권보다는 개인권을 끊고 주말보다는 평일을 이용해 20명 이하로 조를 나눠 등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20명씩 떼지어 다니는 요란스러운 산행으로 초식동물의 불임이 유발되는가 하면 쓰레기투기, 나무훼손, 등산로 파괴 등 각종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것이 공원사무소측의 하소연이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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