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예산낭비 '납세자 공익소송' 첫 추진

  • 입력 2000년 3월 3일 19시 17분


시민단체들이 대규모 공익소송단을 구성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정한 예산낭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이를 환수하는 ‘납세자 소송’을 내는 한편 이를 뒷받침할 입법청원에 나선다.

국가의 예산집행에 대해 시민단체의 공익소송이 추진되는 것은 처음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집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환경정의시민연대, 청주경실련 등 전국 3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예산감시네트워크’는 3일 서울 종로구 종로2가 국세청 앞에서 발족식을 갖고 상반기 중 예산낭비감시소송을 내는 한편 이르면 7월경 대한변협 등 변호사단체와 연대, 대규모 공익소송단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하승창(河勝彰)사무처장은 “10여명의 자문변호사들로 납세자소송지원단을 구성,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공무원에 대한 구상권 청구와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통해 낭비된 예산을 회수하는 납세자소송을 상반기 중 제기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대한변협 등 변호사단체 등과 연대해 대규모 소송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사무처장 등은 이같은 납세자소송이 우리 법률체계상 명시되어 있지는 않으나 납세자의 권리 등에 비추어 헌법 등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도 납세자소송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의 허위주장법(False Claim Act) 등을 본뜬 ‘예산낭비 방지 특별법안’을 이미 마련하고 예산감시네트워크 등과 연대해 16대 국회 구성 후 곧바로 입법청원할 예정이다.

86년 개정된 미국의 허위주장법은 일반 시민이나 시민단체가 정부의 잘못된 예산집행을 문제삼아 반환을 요구하고 승소할 경우 예산환수액의 15∼25%를 소송제기자에게 주는 ‘퀴탐(Qui Tam)소송’을 제도화했다.

‘예산부정에 반대하는 납세자들(TAF)’ 등 미국의 시민단체는 이 제도를 이용, 86년부터 10년 동안 33억4200만달러(약 3조8000억원)의 부정예산을 환수했으며 2006년까지 누적환수액이 248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일본도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집행을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하는 주민소송제를 통해 단체장의 판공비를 환수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참여연대 박원순(朴元淳·변호사)협동사무처장은 “납세자소송제도는 부정예산을 환수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의 경각심을 높여 부정부패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며 “예산부정이 보편화된 우리나라가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할 제도”라고 말했다.

한편 예산감시네트워크는 예산낭비 제보전화(전국 공통 1588-0098)와 인터넷 홈페이지(www.0098.or.kr)를 이날 개설해 공무원들의 금품수수 및 예산낭비 행위, 공금유용 사례를 제보받아 공개키로 했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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