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외인부대 출신' 이무철씨 국군소위 됐다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 육군소위.’

3일 육군 제3사관학교를 졸업하는 이무철(李戊喆·26)소위가 해병대 근무에다 프랑스 외인부대 훈련까지 마친 특이한 경력을 가져 화제다.

어린 시절 몸이 약했던 이소위는 스스로를 강하게 단련하겠다는 생각에 93년 11월 경남 전문대를 휴학하고 해병대를 자원했다.

▼96년 해병대 사병 제대▼

6주간의 지옥훈련에 이어 26개월간의 해병대 생활 동안 그는 유격 전투수영 및 상륙기습훈련을 되풀이하며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소위는 전역 후 대학을 졸업한 뒤 프랑스 외인부대에 대한 책을 읽고 나서 새로운 세계에 도전해 보자며 96년 12월 파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170년 전통의 프랑스 외인부대는 정식 훈련병이 되는 과정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파리 근교의 폴드노종에 있는 대기소에서 그는 한달간 500여명의 세계 각국 젊은이들과 함께 체력과 지능 및 심리검사를 받았다. 훈련병으로 뽑힌 건 이중 50여명뿐이었다.

외인부대 훈련은 외형상 국내 신병훈련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체력단련과 군가교육이 특히 강조됐다. 거의 매일 7∼8㎞를 전력을 다해 달리고 뜻 모르는 프랑스 군가도 목이 터져라 불러야 했다.

3주간의 야외훈련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기간이었다. 손바닥 절반 크기의 빵 한조각으로 한나절을 보내다 허기에 지치면 단검으로 토끼를 잡아서 먹었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지만 군대밥을 먹어본 눈치로 참아냈다.

▼"충성대상 프랑스 아니다"▼

외인부대 모토는 ‘명예와 충성.’ 4개월간의 훈련을 끝낼 즈음 자신이 명예를 가지고 충성을 다할 대상이 프랑스가 아니라 조국이라는 사실이 절실하게 와닿았다. 결국 그는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외인부대 중대장이 되겠다는 꿈을 버리게 된다.

귀국 후 그는 곧바로 육군 3사관학교 98년 35기 생도로 입교해 2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쳤다.

이소위는 “해병대 시절 모든 훈련의 선두에 서서 지휘하던 소대장처럼 부하를 사랑하고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장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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