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기변호사 무죄선고]"여론 무마용 무리한 법적용" 현실로

  • 입력 2000년 2월 15일 20시 15분


이종기(李宗基)변호사에게 법률상 무죄가 선고되리라는 것은 기소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당시 일부에서는 검찰이 ‘대전 법조비리사건’으로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다소 무리한 법적용을 했다는 주장이 많았다.

이변호사는 98년 의정부 법조비리사건의 이순호(李順浩)변호사와 마찬가지로 변호사법 위반과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판결 결과와 이유는 다소 다르다.

변호사법 위반혐의의 쟁점은 변호사가 돈을 주고 사건을 수임한 것을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 현행 변호사법은 이 부분에 대한 규정이 명확치 않아 재판부마다 의견이 다르다.

의정부지원은 98년 “변호사법 90조는 ‘변호사가 아닌 자’의 법률사무 취급행위와 그 사람에 대한 알선만 처벌할 수 있다”고 해석, ‘변호사’인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전지법은 15일 “이 법이 변호사에게도 적용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변호사와 소개인간에 사건 소개의 대가로 돈을 주겠다는 사전 약속이 있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사전에 사건을 소개해주면 돈을 주겠다는 약속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며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변호사가 돈을 주고 사건을 수임하거나 돈을 주기로 약속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명문화한 새 변호사법을 통과시켰으나 아직 발효되지 않았다.

경찰관이나 검찰 직원에게 사건을 소개받고 돈을 준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서도 의정부지원은 유죄를 인정했으나 대전지법은 “경찰관 등이 사건 소개 외에 특별한 편의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는 만큼 뇌물죄 구성요건인 직무관련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당시 검찰 수뇌부가 자신을 포함한 일부 검찰 인사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위해 사건을 부풀렸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던 심재륜(沈在淪)변호사는 “이변호사의 무죄 판결로 이런 의혹이 더 설득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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