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 수법과 수사전망]아래서 위로 '뇌물사슬'

  • 입력 2000년 2월 13일 19시 35분


검찰은 14일 병무비리 합동조사반을 발족시키기에 앞서 상당한 ‘기초조사’를 진행, 조직적인 병무비리의 난맥상을 일부 밝혀냈다.

일반인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뇌물이 전달되는 경로는 징집관-징집실무자-군의관의 순.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1000만원이 전달되면 징집관과 실무자를 여러명 거치면서 차례로 배분되고 마지막으로 군의관에게 100만∼200만원이 전달된다. 마치 최말단 징집담당자가 군의관에게 ‘일당’을 주듯 뇌물의 일부를 지급하는 방식이라는 것.

그러나 정치인들은 돈은 건네지 않고 “아들의 신체검사를 정확히만 해 달라”고 말하지만 징집관들은 권력에 눌려 ‘알아서’ 처리한다는 것. 검찰이 정치인에 대해 병역법 86조의 ‘사위(詐僞)행위에 의한 병역기피’ 조항을 적용하려는 것은 이같은 이들만의 독특한 면제수법 때문.

이 과정에서 징집실무자들은 다른 사람에게서 받아 챙겨놓았던 돈을 군의관에게 전달하는 웃지 못할 사례도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

검찰은 “정치인에 관해 밝혀진 것은 전 현직 국회의원 54명의 아들 75명이 군에 가지 않았다는 그야말로 기초 사실에 불과하다”고 연막을 치고 있으나 이미 상당부분 기초조사가 끝난 상태. 이에 따라 상당수 정치인은 총선전 혐의가 드러나 사법처리될 전망이다.

합동조사반은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지방 병무청의 비리는 98년과 99년 합동조사팀이 거의 수사하지 못했던 부분이어서 최근까지도 병역브로커 조직들이 활개를 치는 등 의외의 수확을 거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지역구의 ‘민원’을 처리해 준 정치인들과 힘깨나 쓴다는 거물급 유지들이 줄줄이 걸려나올 가능성도 크다. 합동조사반이 최근 3년 동안 군 면제자 수를 우선 수사 착수 기준으로 정한 것은 뜻하지 않은 ‘지역별 편파수사’ 시비를 피하기 위해서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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