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학원인가…" 서울대 고시생대상 특강 논란

  • 입력 2000년 1월 14일 19시 40분


‘대학의 학원화’를 비판해온 서울대에서 고시 준비생을 위한 특강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설되어 눈총을 받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 회계학연구센터는 14일 지난해에 이어 17일부터 28일까지 12일간 경영대 강의실에서 81시간분량의 ‘공인회계사 1차시험’ 준비특강을 실시하고 강의실 제공과 함께 강사진에게 재정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사진은 이 대학 경영학과의 김성기(金星基)교수를 포함, 박종원 제주대 교수와 시내 유명 학원 강사 3명 등 5명으로 다음달 27일 치르는 공인회계사 1차시험의 주요 과목 5개 강의를 전담할 방침.

학생들의 호응도 대단해 수강생 모집에 신청자가 정원인 200명을 넘어선 상태다.

이에 대해 그동안 고시 준비생들의 편의를 봐주지 않았을뿐더러 ‘취업준비의 장’으로 전락한 대학의 모습에 강한 비판을 해온 서울대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어서 학내 의견은 분분하다.

몇몇 교수들은 “고시 열풍을 막고 건전한 학문풍토를 조성해야 하는 국립대 교수들의 사회적 책무를 망각한 처사”라고 비판적 시각을 보이는 반면 일부 교수들은 “학생도 대학의 한 구성원인 만큼 그들의 요구에 부응할 필요도 있다”고 찬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김교수는 “학생들의 입장을 무작정 외면할 수 없어 참여하게 됐다”며 “충분히 비판할 수 있는 문제이나 결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학내에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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