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수장→민정수석 "검찰 정치적중립 후퇴" 목소리

  • 입력 2000년 1월 13일 19시 11분


현직 대검 중수부장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직행한 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신광옥(辛光玉)전 검사장이 사표를 내고 민정수석으로 임명됐지만 앞으로 검찰 수사와 인사 등에서 검찰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13일 “현직 검사장이 사정(司正) 공직기강 민원을 총괄하는 청와대 수석 비서관으로 수직 상승함에 따라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간섭이 늘어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같은 검찰 조직 안의 우려는 민정수석 아래 사정비서관도 현직 부장 검사 중에서 임명될 것이 유력함에 따라 더욱 확산되고 있다.

사정비서관은 공석 중인 법무비서관 대신 신설된 기구로 민정수석을 최측근에서 보좌하게 된다. 따라서 사정비서관은 사정 핵심기관인 검찰내부 사정에 정통한 현직 검사 중에서 선발될 수밖에 없다는 게 법무부와 검찰간부들의 논리다.

그러나 상당수의 검찰관계자들은 “신전검사장은 평소 청와대의 ‘조정 통제’ 기능 강화를 주장했다”며 “청와대가 검사 출신 인사들로 막강 진용을 갖춘 뒤 얼마나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직 검사의 청와대 직행 또는 청와대 파견근무를 한 사람의 검찰조직 복귀라는 관행이 굳어져 검찰조직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검찰내부에 높다.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권한과 기능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권력 남용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비판도 검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번 인사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한 검사는 “민정수석의 역할이 검찰 업무와 밀접하기 때문에 검찰과의 효율적 협조를 위해서는 현직 검사장이 임명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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