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시민연대 출범/의미와 파장]"총선 태풍의 눈"

  • 입력 2000년 1월 12일 19시 02분


12일 출범한 2000년 총선시민연대(총선연대)가 4월 실시되는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실상의 선거운동인 유권자 심판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식 선언해 정치권과 총선판도에 큰 변수로 등장했다.

특히 총선연대는 총선출마 부적격자 명단 공개에만 그친 경실련과 달리 공천반대 대상자가 입후보했을 경우 현행법상 엄연히 불법인 낙선운동까지 감행할 방침이어서 이래저래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들의 운동방식을 둘러싼 불법시비에도 불구하고 찬성 여론이 많은 것은 기존 정치인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반영한 것으로 총선연대의 이번 운동은 단순한 선거개입 차원을 넘어 당락의 결정적 변수로까지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분석.

특히 총선연대는 정치 법조 교육 환경 언론 학술 여성 예술 등 각 분야 전문시민단체에다 군소 지역단체까지 망라된데다 참여단체들조차 놀랄 정도로 시민의 관심과 역량이 빠른 속도로 결집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시민에 의한 선거혁명’까지 일궈낼 수 있으리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총선연대가 공천 부적격 인사들의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객관성과 공정성. 총선연대가 ‘공천 부적격 기준’을 마련하면서 시민 5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까지 벌여 7가지 기준을 확정하고 명단 작성시 지역 연령 성별 구성비에 따라 구성된 ‘유권자 100인 위원회’의 심의까지 거치겠다고 발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총선연대는 이같은 기준에 따라 15대 국회에서 활동했거나 활동중인 329명의 전현직 의원 전원에 대한 종합 검토 작업을 거쳐 20일경 50∼100명 안팎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을 공개할 예정. 총선연대측이 이같이 각종 단체의 광범위한 참여와 인력풀에 기초한 체계적인 심사작업에 들어가자 정치권도 큰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연대는 또 공천 부적격 인사가 후보로 등록될 경우 공천 부적격 인사 또는 자격미달로 판단되는 후보 등 10∼20명을 선정해 낙선운동을 벌일 방침이어서 정치권과의 일대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연대는 또 불법논란이 불보듯 뻔한 ‘낙선운동’의 합법화를 위해 단체의 선거운동 금지를 규정한 선거법 87조의 폐지운동도 병행한다는 방침. 총선연대측은 시민 상대의 설문조사결과 이같은 낙선운동에 대한 찬성 의견이 79.8%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법정에 서는 한이 있더라도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는 ‘시민의 불복종’을 등에 업고 ‘선거게임의 규칙’ 자체를 바꾸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공천부적격자 작성기준에 대한 객관성이 모호한데다 낙선운동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태. 선관위 역시 시민단체의 자제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논란 여부를 떠나 시민단체의 유권자 심판운동이 현실화될 경우 사실상 후보자들의 당락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분석.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총선연대의 각종 기자회견과 토론회, 의정평가를 위한 전국 버스투어 등 낙선운동이 본격화될 경우 단순히 이번 선거에 대한 영향을 넘어서서 2000년대의 새로운 선거풍토를 가늠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라는 게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기대섞인 전망이다.

<하종대 선대인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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