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柱宣씨 인터뷰]"보고서 量 줄였을뿐 내용조작 안했다"

  • 입력 1999년 12월 11일 00시 06분


박주선(朴柱宣)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10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옷로비 의혹사건이 조작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나는 조작한 적이 결코 없다”면서 이른바 ‘최초보고서’의 작성과 유출에도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박씨가 이날 털어놓은 이야기.

△사직동팀 내사기록에는 연정희(延貞姬)씨와 배정숙(裵貞淑)씨가 1월8일 ‘옷사건’과 관련해 통화했다는 진술조서가 있다. 당시 연씨는 “내가 언제 앙드레김에서 2200만원어치 옷을 샀느냐”고 배씨에게 따졌다. 연씨는 이미 김태정(金泰政) 전장관을 통해 ‘첩보’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최초보고서’라는 문건을 연씨측에 줄 이유가 없었다.

△‘최초보고서’중 ‘유언비어 조사상황(99.1.19)’에 이은혜(李恩惠)씨와 라스포사 종업원 이혜음씨의 진술내용이 있다. 그런데 나는 두 사람을 조사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 △연씨의 밍크코트 구입과 배달날짜를 내가 조작했다는데 당시는 몇천만원짜리 밍크코트를 받았느냐가 핵심이었다.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는 그런 내용을 내가 왜 조작하겠는가. 최광식(崔光植)경찰청 조사과장과 함께 1,2차례 보고서의 양을 줄이며 수정한 적이 있을 뿐이다.

△12월4일 김전장관은 구속 수감되기 직전 대질신문 때 계속 “미안하다”고 하더라. 나는 “제발 ‘최초보고서’의 출처를 밝혀달라”고 부탁했다. 김전장관은 “정말 기억이 안 난다. 혹시 네가 준 것 아니냐”고 하더라. 나는 “형님, 내가 줬다면 최종보고서처럼 사건 터지자마자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것”이라고 반문했다.

이날 오전 수사검사가 “최과장이 ‘최초보고서’를 만들어 당신에게 보고했다고 다 자백했다”고 말했다. 어이가 없어 대질신문을 요구했다. 5일 새벽 최과장과 같이 조사를 받았는데 최과장은 “검사님이 협박해서 허위진술했다”고 하더라.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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