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박주선씨 소환배경]"보고서유출은 국가기강 문란증거"

  • 입력 1999년 11월 28일 19시 56분


사직동팀 내사 최종보고서가 보도된 26일 대검찰청 당직실에는 분노한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보고서 유출 사건’ 등 모든 의혹을 특별검사가 수사해야 한다” “국기(國基)를 지켜야 할 검찰이 오히려 이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검찰 내부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날 밤 11시경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이 대검 부장급(검사장) 이상 간부 전원을 서울시내 모처로 긴급 소집했다.

심야 회의의 분위기는 무겁고 침울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옷로비사건’에대한검찰수사까지 모두 재조사해 이 난국을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특별검사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차분하게 대처하자”는 신중론이 맞섰다.

다음날인 27일 사태는 급진전했다. 이날 오전 필리핀 국빈방문에 나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법처리를 김정길(金正吉)법무장관에 지시했다. 더 이상 이 문제를 국정운영의 짐으로 떠안을 수 없다는 의지의표현인셈. 김장관은대통령의 뜻을 곧바로 검찰총장에게 전했다.

대검 분위기도 “보고서 유출은 국가기강의 문제”라며 ‘박주선(朴柱宣) 김태정(金泰政)씨 사법처리 불가피’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그러나 수사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이냐를 놓고는 검찰 내부의 의견조율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

대검의 간부는 “‘보고서 유출 사건’ 이외의 부분을 수사하면 더 큰 부담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신중론을 펴고 있는 반면 일부 소장 검사들은 “박주선 김태정씨를 구속 수사함은 물론 △최초보고서 유출 의혹 △대통령에 대한 허위보고 의혹 △검찰수사의 왜곡 의혹 등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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