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특검/김태정-연정희씨 일문일답]

  • 입력 1999년 11월 24일 19시 46분


전직 검찰총수의 목소리는 떨렸고 그의 아내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24일 오후 2시50분경 ‘옷 로비 의혹 사건’ 특별검사 사무실에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와 나란히 들어선 김태정(金泰政)전 법무장관은 “‘문제의 문건’은 내가 처에게 준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문건’이 전달된 경위는….

“당시 나는 내 처가 사직동팀 조사를 받는 것도 몰랐다. 그러나 유언비어가 돌아다니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문건에 등장하는 인물이 그럴 분들이 아니다’라는 처의 말을 듣고 나는 몹시 화가 났다. 폭언까지 했다. 딸들도 울고불고했다. ‘이걸 읽어보고 (그런) 얘기를 하라’며 ‘문제의 문건’을 방바닥에 던졌다. 그 문건이 유출된 것이다. 내 불찰이다.”

▼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

―문건은 누가 작성했고 어떻게 입수했나.

“검찰총장은 여러 루트를 통한 첩보망을 가지고 있다. 나와 내 처에 대한 그런 음해성 루머가 있다면 빠짐없이 보고하라고 했다. 그 문건을 어떤 경로로 입수했는지는 밝히지 않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사직동팀 문건 아닌가.

“어디서 작성됐는지는 기억이 없다. 사직동팀에서 안 받은 것은 틀림없다.”

―문건에 쓰인 글씨가 김전장관의 필체와 유사하다는 말이 있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한 딸은 내 글씨 같다고 하고 다른 딸은 아니라고 한다. 내 글씨인 줄 알아 보려고 몇번이고 써 보기도 했다. 내가 보기에도 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 필적 감정을 해보고 싶을 정도다.”

▼ 오해살까봐 아무말 못했다 ▼

―사직동팀이 내사한다는 것은 언제 어떻게 알았나.

“(대답을 회피하며)사직동팀은 경찰 아닌가. 검찰총장 부인이 경찰 조사를 받는 것이 얼마나 불쾌한 일이냐. 그러나 오해를 살 것 같아 아무 말도 못했다. 엉거주춤 속수무책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처가 조사받는 걸 몰랐던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다.”

취재진의 질문이 ‘문제의 밍크코트’로 이어지자 계속 눈물만 닦아내던 연씨가“제가 말씀드릴게요”라며 남편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문을 열었다.

▼ 코트반납일 1월8일 맞다 ▼

―라스포사에서 밍크코트를 구입한 것은 맞느냐.

“정말 가슴 아프다. 내가 처신을 잘못해 남편을 이 자리에까지 오게 했다. 정말 견딜 수 없다. 그 옷이 배달되는 줄 정말 몰랐다. 라스포사에서 자꾸 전화가 와 700만원짜리 옷값을 150만원까지 깎아준다고 해서 ‘애들에게 입힐까’하며 반납을 차일피일 미룬 것은 사실이다.”

―반납일은 정확히 며칠인가.

“국회 청문회에서 1월5일이라고 한 말은 잘못됐다. 1월8일이 맞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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