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순씨 영장기각 사유]"이형자씨 진술 오락가락"

  • 입력 1999년 11월 16일 23시 19분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이 곧 무죄라는 판단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정일순(鄭日順)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함으로써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는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됐다.

수사팀은 이날 오전 “정씨가 15일부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상당부분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영장 발부를 확신했다.

그러나 서울지법 김동국(金東國)판사는 오전 11시 실질심사때부터 6시간여 동안 기록을 검토한 뒤 오후 5시10분경 기각을 결정했다. 또 이례적으로 장문의 기각사유를 기재했다.

우선 “정씨가 옷값 대납을 요구했다는 전화의 일시 및 내용, 그리고 요구액에 대한 이형자(李馨子)씨와 동생 이영기(李英基)씨 등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믿을 수가 없다”는 것. 이씨 자매가 요구받은 액수를 “기천만원”이라고 했다가 다시 “1억원”이라고 했고 정씨가 전화한 날짜 등에 대해 검찰과 청문회 등에서 진술이 오락가락했다는 취지다.

또 국회의 고발도 없이 수사가 가능한 것인지를 놓고 ‘친고죄인가 아닌가’하는 논란이 있었던 국회에서의 위증혐의는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말했다.

영장이 기각되자 특별검사 수사진은 긴급 회의를 갖고 법원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법조계 일부에서는 “수사미진이라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는데 정씨가 4000만 국민 앞에서 위증을 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 아니냐”며 의문을 나타냈다. 국회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이 국회가 위증자를 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긴 하나 간통죄처럼 친고죄를 명시하지 않은 만큼 특별검사가 이를 근거로 영장을 청구한 것은 문제가 안된다는 것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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