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비행기' 재조사]'유류탱크 균열' 알고도 묵살

  • 입력 1999년 11월 1일 19시 07분


공군 관계자들이 ‘물먹은 전투기’ 추락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된 유류탱크 균열현상을 사고발생 25일 전에 알고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공군 제16전투비행단의 F5F 전투기 추락사고와 관련해 지난달 26일부터 재조사를 벌인 결과 비행단이 5년마다 실시하는 유류시설 점검작업 때 문제의 탱크에서 균열현상을 발견했다고 1일 밝혔다.

비행단 관계자들은 7월5일부터 8월18일까지 유류탱크를 점검하면서 6번 탱크 밑바닥에서 길이 3㎝, 폭 2㎜의 균열을 발견하고 이틀 뒤 김호동단장(공군 준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단장은 보고를 받으면서 “기름이 밖으로 유출됐느냐”고 질문했다가 “기름 유출은 없었다”는 답변을 듣고 지하수 유입 방지 등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부 조사단은 또 유류관리반이 6번 탱크 밑바닥의 기름을 3번 탱크에 옮긴 뒤 물 500배럴이 섞인 사실을 알고 20차례에 걸쳐 물빼기 작업을 했으나 물이 20㎝까지 남아 있는데도 기름동결 방지제만 넣었으며 주유 직전의 육안검사 때도 물이 섞인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검찰부는 김준장과 비행단 군수전대장 김진성대령 등 2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하고 유류통제과장 박모중령 등 6명을 징계위원회에 넘겼다.

김준장 등은 81년 설치된 6번 탱크가 노화현상으로 균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탱크를 교체해 주도록 공군본부와 공군 군수사령부에 여러차례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사법처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군은 지난달 12일 충남 대천 방공포 사격장에서 실시한 방공포병 화력시범중 공중폭발한 나이키유도탄 사고는 다른 미사일의 전파간섭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민간기관에 정밀조사를 의뢰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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