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추락원인-문제점]관리부실 명백한 人災

  • 입력 1999년 10월 25일 19시 11분


연료에 섞인 물 때문에 공군기가 추락했다는 사실은 이 사고가 명백한 인재(人災)였음을 확인해준 것이다.

공군은 이같은 원시적인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어처구니없는 관리부실로 국민의 세금으로 양성된 조종사의 생명과 50억원대의 공군기를 날렸다.

16전투비행단의 유류저장탱크는 81년 완공돼 그동안 문제없이 계속 사용돼 왔기 때문에 사고 원인은 ‘부실공사’ 측면보다 공군의 유류공급시스템의 결함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군은 유류저장탱크는 탱크의 밑바닥에서부터 유류를 빼내도록 설계돼 있어 물 등 이물질이 들어가면 비중이 높은 물이 가라앉아 이물질이 먼저 주유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군은 이같은 사고 가능성에 주목하지 않았다. 주유대와 주유차량에 설치된 여과기는 소모품으로서 적절한 기간마다 교체하고 점검해야 하는데도 이를 소홀히 했다.

또 급유 전에 연료를 검사하는 샘플링도 하지 않았고 매일 하도록 돼 있는 유류저장탱크의 수분을 빼내는 ‘드레인’작업도 한달 동안이나 하지 않았다.

공군은 8월 유류저장탱크를 점검했지만 아무런 이상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것은 한달 뒤인 9월이었다.

공군의 설명대로라면 한달 동안 탱크 밑바닥에 폭 2㎜ 길이 5㎝ 가량의 균열이 발생한 셈이다. 그러나 균열은 서서히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공군의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공군이 탱크를 점검할 때 탱크 밑바닥에 고인 물은 깊이가 5㎝ 가량이었다. 탱크에 유류가 차 있을 경우 유류의 압력에 의해 외부에서 물이 유입되는 속도가 낮아 한달간 약 2.5㎝ 깊이의 물이 탱크에 고이게 될 것으로 추정돼 이미 몇달 전부터 탱크에 균열이 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공군은 사고 이전에는 ‘물 먹은 공군기’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물이 고여있던 5만 배럴짜리 유류공급탱크에서 이전에 다른 공군기에도 물이 섞인 유류가 공급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고기는 공급된 물의 양이 많아 이륙 9분만에 추락했지만 다른 전투기는 공급된 물의 양이 적어 물이 엔진에 유입되기 이전에 임무를 마치고 귀환했을 가능성도 있어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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