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장수 백화여고생들, 백혈병친구 돕기운동

  • 입력 1999년 10월 19일 18시 52분


“윤정이의 ‘마지막 잎새’가 되어주세요.”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한송이 작은 들꽃에게 한뼘 햇빛을 비춰주고 싶습니다.”

급성백혈병에 걸린 친구를 위해 같은 반에 재학중인 여고생 37명이 5개월째 눈물겨운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전북 장수군 장계면 백화여고 3학년2반에 재학중인 최윤정(崔允貞·18)양이 백혈병 판정을 받은 것은 5월중순. 평소 빈혈증세로 조퇴가 잦던 윤정이는 그날도 심한 기침을 하며 창백한 얼굴로 교실문을 나섰다.

그로부터 1주일 뒤. 윤정이가 급성백혈병에 걸려 사경을 헤맨다는 ‘비보’를 접한 반친구들은 충격에 할말을 잃었다. 남의 농사일을 도와가며 생계를 꾸려온 윤정이네 형편으로 4000만원이 넘는 병원비는 꿈도 못꿀 거금이었다.

“난 괜찮아. 수능이 얼마 안남았는데….” 항암치료 탓에 나뭇가지처럼 야윈 손을 내밀며 힘든 기색은 커녕 병문안 온 친구들을 걱정하던 윤정이. 꿈많은 여고시절을 감당키 힘든 ‘병마’와 더불어 넘기고 있으면서도 의연한 이 친구를 동료들은 외면할 수 없었다.

반친구들은 교내 모금운동을 벌이는 한편 6월 무주의 ‘반딧불 축제’기간중에도 모금함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또 외부의 도움을 얻기 위해 반친구 모두가 언론기관과 자선단체에 ‘윤정이를 도와달라’는 내용의 엽서와 편지를 수차례 직접 써서 부쳤다.

6월에는 학교차원에서 헌혈운동을 벌여 400여장의 헌혈증을 모아 윤정이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600여만원의 성금을 모았지만 수술비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태. 윤정이는 현재 골수이식을 위해 남동생의 골수검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세상에 따뜻한 정이 메마르지 않았다는 것을 윤정이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수능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19일 오전. 윤정이가 해맑은 미소를 되찾길 바라는 반친구들의 간절한 기도가 교실 가득히 울려퍼졌다. 0656―924―3561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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