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스 회오리 전국 강타…부산 90여곳 지급중단

  • 입력 1999년 9월 15일 19시 40분


부산지역의 파이낸스사가 연쇄도산 위기에 빠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이낸스사의 영업중단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금 회수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의 항의도 거세지고 있다.

부산 삼부파이낸스 양재혁(梁在爀·45)회장의 구속과 청구파이낸스의 영업중단으로 부산지역의 파이낸스업계는 사실상 마비상태. 이 여파가 대구 광주 울산 등 다른 지역 파이낸스 업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부산▼

11개 대형 파이낸스사로 구성된 부산파이낸스협회는 14일 투자금 중도상환을 중단한데 이어 15일부터는 만기가 돌아온 투자금 지급도 전면 보류했다.

여기에 중소형 파이낸스사들도 가세해 이날 부산지역 90여개 파이낸스사가 대부분 만기투자금 지급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이날 각 파이낸스사 영업장은 만기투자금 및 중도상환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3000만원의 투자금을 찾기 위해 이날 오후 중구 중앙동 S파이낸스를 찾은 김모씨(50)는 “중도상환은 고사하고 만기 투자금 지급도 중단됐다니 억장이 무너진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부산진구 범천1동 삼부파이낸스 본사와 수영구 남천동 청구파이낸스 본사에는 이날 수백명의 고객이 몰려 들어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부산 동구 초량동 J파이낸스는 14일 이후 신규자금 유입이 끊겨 직원 봉급도 지급하지 못했다. 이밖에 상당수 파이낸스사들이 부도 일보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타 지역▼

1000여명의 투자자들이 2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대구시내 청구파이낸스 8개 지점의 경우 이날 직원들이 모두 잠적해 수백명의 투자자들이 발만 동동 굴렀다. 퇴직금 5000만원을 투자했다는 권모씨(58)는 “평생 일한 대가로 받은 퇴직금을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마저 몽땅 날리게 됐다”며 울먹였다.

10여개 파이낸스사가 있는 광주지역의 일부 영업장에서도 이날 투자금 상환을 요구하는 투자자들과 직원들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청구파이낸스의 울산시내 4개 지점 직원들도 14일 오후 ‘출자금 환불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을 붙인채 잠적했다.

대전에서는 파이낸스사에 투자한 돈을 돌려받지 못한 한 투자자가 “돈을 받아주면 1000만원을 주겠다”며 폭력배를 시켜 H캐피털 대전지점장 윤모씨(46)를 15시간 동안 납치감금했다가 이날 경찰에 입건됐다.

한편 서울에 있는 300여개 파이낸스사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인투자자의 돈을 출자형태로 끌어모으는 부산지역 파이낸스사와는 달리 서울지역은 대부분 대기업이 출자한 파이낸스사이거나 사채업자 출신으로 건전한 영업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부〉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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