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들, 외국인 通信 개인정보도 마구 빼낸다

  • 입력 1999년 9월 11일 00시 50분


확실한 범죄 혐의가 없는 외국인 PC통신 가입자들의 개인적 정보까지 수사기관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4월28일 유니텔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 고객지원센터에 ‘PC통신에 가입한 주한 외국인들의 이름 통신ID 직업 주소 여권번호 등을 보내달라’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보낸 사실이 동아일보 취재진에 의해 10일 확인됐다.

문제의 공문에는 ‘형사소송법과 관련된 사항’이란 애매한 이유만 기록됐을 뿐 통신비밀보호법 등 관련법규에 의거해 수사대상과 범죄명, 가입자와의 연관성 등을 명시하지 않아 적법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요청에 따라 통신업체들이 국정원에 제공한 외국인 가입자의 정보 건수는 유니텔 284명 등 전체적으로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정보제공 건수는 본지가 8일 보도한 정보통신부의 4대 PC통신 개인정보제공 현황수치에도 누락되어 있다.

국정원이 PC통신 가입 외국인의 ID를 파악하는 이유와 이들 ID를 이용해 외국인 또는 외국기업의 E메일까지 뒤졌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단 ID 등 외국인의 신상자료가 확보되면 필요할 경우 내국인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국내 통신업체의 협조를 받아 E메일을 열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특히 국내 PC통신을 이용하는 주한 외국인 대부분은 외국기업 종사자들로 이들의 개인정보유출은 당사국과 외교 및 통상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같은 사실을 전해 들은 영국계 기업의 M부사장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의 특수사정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조회가 이뤄진다면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특히 국민의 정부에서 이같은 일이 빚어지는 것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국정원 "마약·테러 조사등 혐의있을때만 요청"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측은 마약과 테러 등 범죄 예방 및 조사목적으로 혐의점이 있는 외국인에 대해 적법절차를 밟아 정보제공을 요청하는 경우는 있으나 한국에 있는 모든 외국인에 대한 정보제공을 요청할 수도 없으며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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