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이익치회장, '전자'주가조작혐의 내주초 소환

  • 입력 1999년 9월 1일 16시 09분


서울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훈규·李勳圭)는 1일 현대증권 이익치(李益治)회장이 현대전자의 주가를 조작,수천억원의 이익을 얻은 혐의를 잡고 이회장을 다음주 초 소환해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회장에 대해 증권거래법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현대증권의 요청에 따라 주가조작에 필요한 자금 2000여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현대중공업 김형벽(金炯壁)회장과 현대상선 박세용(朴世勇)회장도 곧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현대그룹 정몽헌(鄭夢憲)회장도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검찰은 그러나 정회장 등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 일가의 개입 혐의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회장에 대해 법무부를 통해 출국금지조치를 내렸으며 이회장 계좌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자금추적에 나섰다.

검찰은 이회장 외에 현대중공업 김회장과 현대상선 박회장,현대전자의 장동국부사장과 강석준전무,현대중공업 이영기 부사장,현대증권 노치용이사,현대상선 박재영이사 등 모두 8명에 대해 출국금지조치했다.

검찰은 이에 앞서 현대증권 박철재상무를 지난달 23일 증권거래법위반(시세조종) 혐의로 구속했다.

구속영장에 따르면 박상무는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현대증권 자산운용본부장으로 있으면서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 자금 1882억원과 252억원을 각각 동원해 현대전자 주식 890여만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등의 방법으로 이 회사 주가를 1만4800원에서 3만1200원까지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증권은 이 과정에서 지난해 6∼8월 일반 투자자들이 비싼 가격에 현대전자 주식을 사도록 유도하기 위해 현대전자 주식 320만주를 체결되지 않는 낮은 가격으로 허위 매수주문을 냄으로써 현대전자 주식에 매입주문이 폭주하는 것처럼 꾸민 혐의도 받고 있다.

현대증권은 또 주식 거래량이 많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자신들이 같은 가격에 매도 주문과 매수 주문을 동시에 내는 방법 등으로 현대전자 주식 470만주를 사고 파는 가장(假裝) 또는 통정(通情)매매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박상무로부터 “이회장이 직접 지시해 계열사 자금을 동원,주가조작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주가조작으로 현대증권과 현대중공업 등 계열사가 얻은 이익은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검찰관계자는 추정했다.

검찰은 수사결과 현대중공업 김회장과 현대상선 박회장의 경우 현대증권의 투자자금 지원 요청에 따라 자금을 대고 주가조작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들은 구속대상에서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형·정위용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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