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風 수사발표 앞둔 정가]여권, 언급 자제-野 긴장

  • 입력 1999년 8월 31일 19시 42분


여야 정치권은 31일 검찰이 조만간 세풍사건 중간발표를 할 것이라는 사실이 보도되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나 국민회의는 검찰의 세풍수사결과 중간발표 방침이 한나라당을 다시 자극하거나 새로운 ‘사정(司正)기도’로 비칠 것을 우려한 때문인지 가급적 언급을 삼가는 분위기였다.

불가피하게 언급할 때도 ‘세풍 종결’쪽에 해석의 초점을 맞추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청와대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나 청와대관계자들이 개입하거나 지시했다는 의혹을 우려한 듯 “중간발표는 시작이 아니라 사실상 수사를 종결하는 의미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31일 논평을 요구받자 “검찰에서 가능하고 필요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법처리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는 바 없고 그것은 검찰이 할 일”이라고만 말했다.

국민회의도 이날 오전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뒤 “세풍은 법무부에서 알아서 하는 것으로 우리 당과 관계없다”고 정리했다.

당시 법무부장관을 지낸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 역시 “검찰이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을 처리하면서 그간의 수사결과를 밝히는 수준일 것”이라고 ‘실무적인 절차’임을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세풍사건과 관련한 여권의 움직임에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한나라당 내에는 여권이 세풍사건을 일단락 짓고 여야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이라는 얘기와 함께 새로운 사정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는 상반된 설이 함께 대두됐다.

한나라당은 서상목의원이 기소되는 선에서 세풍사건이 중간마무리될 것으로 전해지자 “이제 세풍사건 족쇄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안도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세풍자금 횡령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 10여명의 혐의사실 공개설에 대해서는 ‘국민 기만극’이라고 반발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아 국민대 정치대학원 특강에 이어 기자간담회를 가졌으나 세풍사건에 대해 “더이상 캐봐야 나올 게 없을 것”이라고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갔다. 세풍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여권의 의도에 말려든다는 판단에 따라 ‘무대응전략’으로 나가기로 했다는 것.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그러나 “여권이 궁하면 들먹이는 게 세풍사건 아니냐”면서 “세풍을 빙자해 다시 한나라당을 음해하고 정치적 압박을 가한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출신의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검찰이 새로운 사정을 시작하기 전에 세풍사건을 일단락 지으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사정태풍을 우려했다.

또다른 당직자는 “사정당국이 한나라당 의원 수십명의 비리혐의를 포착했다는 설이 있다”면서 “여권이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끊임없이 흔들어 댈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차수·김창혁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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