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生판결 파장/증자자금 행방]파나콤, 투자 '일단 보류'

  • 입력 1999년 8월 31일 18시 59분


“돈이 들어오던 도중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대한생명 최순영(崔淳永)전회장의 법무대리인이자 미국 파나콤의 의사전달창구 역할을 해왔던 우방법무법인이 31일 밝힌 파나콤의 증자자금 500억원의 행방이다.

금방 실체를 드러낼 것처럼 보이던 증자납입자금 500억원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에 따라 파나콤의 지원사격을 잔뜩 기대했던 최순영씨 측은 망연자실한 분위기.

전날까지만 해도 파나콤이 이날 오전중에 증자자금을 납입할 것이라고 보도자료까지 뿌렸던 우방측으로서는 파나콤의 이번 조치에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측은 파나콤사가 대한생명에 투자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전달해왔다고 밝혔으며 우방측도 당분간 파나콤의 증자참여 등의 투자는 보류되었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조사결과 마땅한 자금조달창구가 없었던 파나콤측이 8월초 내년 3월까지 2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할 때부터 파나콤의 투자자금 출처가 어디인지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파나콤은 4차례에 걸쳐 투자하겠다는 의사만을 밝혀오다 매번 결정적인 순간에 돈을 들여오지 않았고 대생의 운명이 법정에서 결정나는 이날까지 자금을 국내에 들여오지 않았다.

이때문에 일부에서는 들여올 자금이 없는 상태에서 파나콤측이 정부와 대한생명을 상대로 장난을 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는 것도 사실.

우방법무법인 관계자는 “30일 미국 뉴욕소재 은행에서 4200만달러가 인출된 증명서를 보내온 것을 보면 자금은 갖고있는 것 같다”며 “3000억원의 여유자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생명 관계자도 “파나콤의 자금조달능력을 분명하게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측은 신용조사결과 파나콤이 펀드운용내용이나 자금조달능력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이 자금이 최순영씨의 해외도피자금과 관계있는 돈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감위는 500억원이 실제로 들어오게 될 경우 자금출처가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규명할 계획이며 만약 최회장의 도피자금의 유입사실을 확인하면 최회장이 회사에 끼친 손실 회수차원에서 해외도피 재산에 대한 추적도 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우방측은 “최근 한달 동안 파나콤과 대생의 투자교섭과정을 지켜본 결과 양 측이 어떤 관계를 갖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가질 수 없었다”고 밝혔다.

금감위는 일단 파나콤이 대생에서 손을 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워낙 말을 많이 바꿨던 전례 때문에 안심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우방측은 “파나콤을 더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됐다”며 파나콤의 전달창구로서의 역할을 중단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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