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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8월 25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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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로비를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는 쟁점이 되는 ‘옷값 대납 요구’를 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옷로비를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영(崔淳永)신동아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는 로비 협박은 받았지만 단호하게 거부했다고 말했다.
두사람 사이를 중개한 의혹을 받는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裵貞淑)씨와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는 로비를 중개한 일도, 말을 옮긴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검찰수사발표 내용과 비교하면 연, 정씨의 증언은 대체로 수사결과와 일치한다.
반면 이형자씨는 “검찰수사가 대체로 맞다”고 하면서도 자신이 배, 정씨로부터 옷값대납요구를 받은 사실이 반영되지 않는 등 각론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배씨는 검찰이 자신에게 혐의를 뒤집어 씌우는 방향으로 수사를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연씨가 라스포사에서 호피무늬 코트를 받아간 시점에 대해 검찰수사는 98년 12월26일 연씨가 옷을 입어보고 트렁크에 싣고 갔다고 돼 있으나 연씨는 옷을 입어본 시점은 12월19일이고 26일은 가져가기만 했다고 증언했다. 배씨는 12월19일 옷을 입어본 건 사실이나 가져간 시점은 모른다고 말했다.
정씨는 12월26일 배씨에게 “따님에게 어울리겠다. 싸게 해줄테니 가져가라”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옷값대납요구 부분에 대해서는 증언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이형자씨는 배, 정씨가 먼저 2200만원의 옷값을 요구해와 돈을 준비했으나 12월19일 추가로 “밍크 몇벌과 재킷 등 한장(1억원) 가까운 옷을 연씨에게 보냈으니 대납해달라”고 말해 거부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검찰수사에선 이 부분이 무시돼 있다. 배, 정씨는 “연씨가 그런 요구를 한 일도 없고, 이씨 측에 이를 전한 일도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씨 측 세자매의 자작극”이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연씨는 옷값대납 얘기가 오간 사실 자체를 모른다고 말했다.
증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이형자씨 측만 옷값대납요구가 있었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25일 대질신문에서는 증인들의 입장에 따라 적과 동지가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체로 연씨와 정씨가 ‘같은 쪽’이라면, 이형자씨는 그 반대되는 입장이다. 배씨는 연씨가 최순영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사항을 누설했다는 부분에는 동의하는 등 필요에 따라 양자 사이를 오가기도 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