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우방 터키 돕자" 줄잇는 온정…나흘만에 5천만원

  • 입력 1999년 8월 23일 19시 40분


“터키는 6·25 때 목숨을 내놓고 우리를 도와준 우방 아닙니까. 이 정도는 성의 표시라고 하기에도 부끄럽습니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주한 터키대사관. 2명의 여직원은 쉴틈없이 걸려오는 한국인들의 격려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두 아들과 함께 터키를 여행할 계획을 세웠는데 지진피해로 갈 수 없게 됐다며 여행경비의 일부를 내놓은 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남편이 IMF관리체제로 실직한 상태지만 ‘TV를 보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돈을 보내고 싶다는 주부도 있었다.

터키의 사업파트너와 연락이 안돼 안타까운 마음에 대사관을 직접 찾았다며 성금을 전달한 중소기업인도 있었다. 나이 지긋한 노인들은 모두 6·25 참전국인 터키를 기억하며 “얼마나 마음이 아프냐”며 터키대사관 직원들을 위로했다.

당초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성금모금은 생각도 못했던 터키대사관도 한국인들의 따스한 가슴에 놀랐다. 터키대사관이 성금을 보내고 싶다는 한국인들의 전화가 빗발치자 별도의 성금계좌를 연 것이 20일 오후.

그 후 나흘째인 23일까지 성금을 접수한 한국인 수는 1000명에 가까웠고 접수된 성금은 5000만원이 넘었다.

터키대사관 건물이 입주해 있는 여성속옷업체 비비안(회장 남상수)이 가장 먼저 500만원의 성금을 맡겼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권철씨(59)는 1만달러(약 1200만원)의 거금을 쾌척하기도 했다.

한사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으려 했던 권씨는 “터키를 방문했을 때 그곳 사람들로부터 받은 친절에 비하면 별것 아니다”라며 “하루 빨리 터키사람들의 인정많은 얼굴에 미소가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터키대사관에서 18년 동안 근무한 김영두(金永斗·53)씨는 “우리나라는 터키를 그냥 우방국이라고 부르지만 터키는 우리나라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른다”면서 “사실 정부의 원조(7만달러)가 기대 밖이어서 실망하고 있었는데 국민들이 이처럼 애정어린 도움을 줘서 기쁘기 한량없다”고 말했다.

‘형제국 터키’를 도울 뜻이 있는 시민은 국민은행 001―01―2511―411으로 성금을 보내거나 터키대사관(02―794―0255)으로 연락하면 된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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