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報 취재팀 르포]『가변車路가 체증 되레 부채질』

  • 입력 1999년 8월 20일 19시 44분


“가변차로는 도대체 왜 만든 겁니까.”

20일 오후 3시경 서울 강북구 강북구청∼미아사거리 일대 2.4㎞에 이르는 가변차로 구간.

강북구청 방면은 한산했으며 차량들은 시속 60㎞를 가뿐히 넘고 있었다. 반면 미아사거리 방면은 3개 차로 모두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극심한 정체가 계속됐다. 그러나 가변차로는 길이 뻥 뚫린 강북구청 방면으로 허용돼 있었다. 정체가 시작된 지 30분이 흘렀지만 신호는 바뀌지 않았다. 같은 시간 서울 한남대교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강남방면 차량들은 ‘쏜살’같았지만 강북방면 차량들은 다리를 통과하는데만 5분 이상을 허비해야 했다. 그러나 가변차로는 강남방면으로 허용돼 있었고 ‘교통량 따라 가변차로 수시변경’이라는 표지가 무색하게 신호는 1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았다.

교통량에 따라 탄력적으로 차로를 변경해 교통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81년 도입된 ‘가변차로제’가 세심한 배려없이 ‘마구잡이’로 운영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 취재팀이 서울 마포구 성산로, 용산구 용호로 등 가변차로를 도입한 18개 구간을 취재한 결과 대부분의 지역에서 교통량과 무관하게 가변차로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시스템이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그때그때의 교통량보다는 출퇴근시간 등 미리 지정한 시간대에 맞춰 관행적으로 하루에 2∼4차례 가변차로를 변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제 어디가 막힐지 모르는 서울의 교통환경과는 너무 동떨어져 가변차로가 ‘무용지물’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교통량을 자동으로 감지해 가변차로 신호를 전환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데다 담당 공무원은 1명뿐이어서 인력과 장비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시스템에 입력된 정보가 각 가변차로가 도입될 당시의 통계치를 기본으로 하는 등 지나치게 오래된 것도 문제점이다. 매년 데이터를 경신하지만 급변하는 서울시내 교통정보를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차량정체 사실을 입수한 뒤 바로 가변차로 신호전환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정체가 상당히 심각해진 다음에 신호를 전환하기 때문에 정체가 해소되려면 신호를 바꾼 뒤에도 최소 30여분은 소요된다는 것.

이같은 현상 때문에 일부 교통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변차로제’의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가변차로제가 교통흐름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고만 유발한다는 것이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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