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사당역등 주변 승객 모시기 '교통 아수라장'

  • 입력 1999년 8월 13일 19시 40분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서초구 서초동) 사당역(동작구 사당동)과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영등포구 영등포동) 주변 도로가 매일 밤 극심한 교통체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인근의 시외로 가는 장거리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는 ‘총알택시’들의 불법 주정차 때문이다.

12일 오후 10시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대로 강남역∼제일생명사거리 구간. 양재역(지하철 3호선) 방면의 도로에 택시 100여대가 몰려 5개 차로 중 바깥 2개 차로를 ‘점거’하고 있었다. 제일생명 뒤편에 몰려 있는 유흥업소에서 나와 분당신도시(경기 성남시)나 경기 용인시 등으로 가는 사람들을 태우려는 것.

버스정류장 역시 불법 주정차한 택시로 인해 아수라장이었다. 타워레코드 건물 앞 버스정류장엔 버스 대신 택시들이 꼬리를 물고 서 있었다. 29개 노선 버스들은 택시를 피해 도로 중간에서 승객들을 승하차시켰고 이 때문에 승용차와 택시가 버스와 뒤엉켜 곡예운행을 벌였다.

또 서울에서 성남 용인시 등을 오가는 12개 노선 시외버스 가운데 일부가 도로 중간 횡단보도 앞에서 불법 U턴을 하는 바람에 교통체증을 더욱 부채질했다.

회사원 김일수(金一洙·30·서울 서초구 양재동)씨는 “택시 운전사들이 시외로 가는 장거리 승객만 골라 태우기 때문에 택시 주정차 시간이 길어지고 교통체증도 한층 심한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사당역 주변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오후 11시경 사당사거리를 사이에 두고 동작구 사당동과 관악구 남현동에 걸쳐 있는 경기 과천시 방면의 동작대로 300m 가량이 무단정차한 총알택시들로 뒤엉켜 매우 혼잡했다.

일부 택시 운전사들은 인도와 차도로 나와 경기 과천 안양 의왕시 등으로 가는 승객들을 합승시키기 위해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이곳은 이날 밤 12시가 지나도록 교통체증이 풀리지 않았다.

11일 오후 11시 영등포역 앞 경인로. 이 도로 인천방면 편도 3개 차로 중 바깥 2개 차로에 택시 100여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주변 유흥업소와 역에서 나와 인천이나 경기 부천시 등으로 가는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역 앞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이모씨(52·여)는 “역 앞을 오가는 경찰들은 많지만 불법 주정차한 택시를 단속하는 모습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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